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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022 활동사례 우수상 수상작] 우주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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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시교육청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35회 작성일 23-02-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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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제4회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활동사례 공모 우수상 수상작



서초혁신교육지구 마을강사 최영범


2022년 8월의 어느 날, 서초는 기후위기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에 아이들은 학원에서 부랴부랴 책가방을 챙겨 귀갓길에 올랐지만, 이미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버스 문이 열리자 사람이 아니라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기습 폭우 때문에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놀라운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머리에 안타깝고 슬픈 기억으로 새겨졌다. 그리고 인류가 이제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이라 부를 수 있는 위기의 한 가운데 놓여있음을 깨닫게 해줬다. 

‘기후위기의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마을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시작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대답을 찾으려고 2021년 봄부터 서초혁신교육지구는 고민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마을에서 생태·환경과 관련된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청소년지도사 주민모임 “뱅카”와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함께 하는 생태프로젝트”가 그 대답이다. 혼자 받는 교육, 혼자 하는 활동 보다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생태전환교육도 받고 실천행동도 해봄으로써 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 기후위기 대응행동의 실천력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이다. 


1. 함께 하는 생태프로젝트 

낯선 전화번호로 걸려온 전화가 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2016년 즈음부터 “뱅카”라는 이름아래 청소년지도사들이 모여 반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주민모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수년간 “마을 숲 가꾸기”라는 청소년 봉사활동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과 자연환경과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작은 행동으로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이런 뱅카의 활동을 눈 여겨 보셨던 마을 주민들의 입과 입을 통해 교육지원청에서 직접 프로젝트의 시작을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해왔다. 

강남, 서초 지역은 교육열이 상당히 높은 지역이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참여할 청소년을 모집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다. 그런데 ‘교육지원청에서 홍보와 지원을 하고, 뱅카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하는 것에만 열중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기회가 어디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뱅카의 선생님들과 협의하여 프로젝트의 돛을 올렸다. 

“함께 하는 생태프로젝트”가 다른 프로그램들과 구별될 수 있는 점은 첫째, 일방적인 프로그램 제공이 아니라 상호소통을 통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학교마다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인공환경·주변 마을 환경까지 살피고 만든 프로그램을 학교·학부모와 논의하여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점이다. 필요에 따라 답사도 세 네 번 하여서 더 유익하고 적합한 프로그램이 무엇일지 고민한다. 그래서 같은 기간에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어도 학교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은 모두 다르다. 물론 힘들고 고된 과정이지만 뱅카 선생님들은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둘째는 토요일 오전에 가족 또는 친구와 함께 진행한다는 것이다. 주중에 출근과 학원으로 방과 후에라도 가족이 함께 프로그램을 참여 하기 힘들다. 그래도 2주 정도의 토요일 오전에 시간을 할애하면 자녀와 부모가 함께 교육도 받고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다. 학교 안에서 가족이 작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특징이다. 셋째는 지역의 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하여 봉사활동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재활용 화분에 반려식물을 심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예쁘게 꾸민 다음 작은 손 편지와 함께 지역의 소외된 분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어린 학생들에게 아름답고 소중한 마음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중,고등학생들은 자신들이 3년 동안 다닌 학교에 나무이름표를 만들어 발자취를 남기고 다른 이에게는 나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2021년 한 해에 6번의 토요일에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렇지만 실제 준비한 기간은 두 배를 훌쩍 넘어 간 듯 싶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시작되는 프로그램이라 염려되는 것도, 돌발 상황도, 제약도 많았기 때문에 미리 생각해서 준비할 것이 산더미였다. 하지만 뱅카, 교육지원청, 학교, 지역복지관이 모두 자신의 맡은 바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해서 진행할 수 있었고, 참여한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모두 만족함 가득한 얼굴로 헤어질 수 있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이루어진 설문조사에는 칭찬과 감사의 마음을 많이 담아주셨다. 그런데 기타의견에는 좀 더 많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는 바램이 담긴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한 마을 강사들도 단기 프로그램의 횟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이 보다 깊이 있는 생태전환교육을 받고 친구들 사이에서 실천행동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학생들이 나올 수 있다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2022년에는 기존의 함께 하는 생태프로젝트와 함께 “생태 동아리”를 기획했다.


2. 우주짱 생태동아리의 탄생

서초구 관내 중학교의 신청을 받아 2022년은 한 개 중학교의 생태동아리를 시범으로 진행해 보기로 했고, 경원중학교 2학년 학생 20명으로 구성된 생태동아리가 선정되었다. 본래 “함께 하는 생태프로젝트”처럼 학교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담당 선생님과 계속 소통했다. 먼저 내가 만든 프로그램 가안과 담당 선생님께서 만드셨던 프로그램의 가안을 비교하면서 시작했다. 목표와 방향에 대한 조율이 필요했고, 대면 협의를 통해 선생님께서 꼭 반영코자 했던 내용을 충분히 포함할 수 있도록 수정하였다. 선생님께서도 학생들의 동아리 참여희망서를 공유해 주셨다. 참여희망서를 통해 생태동아리에 참여하는 이유와 배우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어서 프로그램 구성에 도움이 많이 됐다. 최종적인 프로그램 구성과 목표설정으로 볼 때, 생태동아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함께 하는 생태프로젝트”처럼 교육과 체험으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여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1학기에는 주제별 교육, 관련 체험활동, 봉사활동, 탐방 및 견학 등으로 구성하였다. 첫 시간의 주제별 교육은 대다수가 잘 알고 있는 기후위기에 따른 기상이변에서 더 나아가 때로는 무섭고 두려울 수 있는 심각한 현황까지 이어졌다. 점점 일그러지는 학생들의 얼굴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른다. 그 이후에도 문명의 성공과 기후위기의 관계, 과도한 소비와 페스트 패션이 기후위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버려지는 먹거리의 문제점 등 실생활과 밀접히 연관되어 학생들이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내용으로 이어갔다. 1년간의 활동이 끝나는 날 설문으로 ‘동아리 활동으로 생활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라고 물었고, 학생들의 답변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간단한 답변도 있었지만, 많은 학생들의 답변에서 환경오염, 기후위기, 생태전환을 일상 속에서 고민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옷을 좋아하는데 옷 소비를 줄였다”, “굳이 필요 없는 것은 더 사지 않게 되었다”는 답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자신들의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이 느껴지는 답변이었다. 

수년간 청소년활동을 하면서 ‘일단 프로그램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기후위기라는 무거운 내용이 2시간 넘도록 지속된다면 과연 학생들의 관심은 지속될까? 몸에 좋은 약도 너무 쓰면 두 번 먹기 꺼려진다. 그래서 주제별 교육과 관련이 많은 체험활동으로 학생들의 흥미가 계속될 수 있게 하려 했다.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주제별 교육은 천연수세미 만들기로, 쓰레기 문제에 대해 배우고 줍깅을 실천하러 나갈 때는 EM흙공도 만들어서 한강에 투척할 수 있도록 하고, 손수건 천연염색을 첫 시간에 넣어서 동아리활동 하는 날은 손수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체험활동으로 크고 화려한 쓰레기를 만들기 보다는 작고 투박해도 실생활에서 잘 활용하면서 사소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동안 코로나19로 학교 밖에서의 활동이 많지 않았었기에 “새활용플라자 탐방”은 학생들이 환호할 정도로 정말 크게 좋아했다. 올해부터는 전기버스를 예약해서 좀 더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기대대로 탐방 후 학생들의 반응도 정말 좋았다. 재활용과 새활용의 차이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새활용으로도 멋지고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워 하기도 했다. 


3. 우주짱 생태동아리의 결실

그동안 “생태동아리”였지만, 2학기에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는 과정을 경험할 것이어서,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도 이름을 정하기로 했다. 그리니, 환경지킴이, 우리를 위한 생태동아리, 그린 생태동아리 등 그럴싸한 이름이 후보로 올라왔지만 압도적인 득표로 “우주짱 생태동아리”로 정해졌다. 조금은 민망한 이름이었지만, 나름의 치열한 토론 끝에 정해진 것이라서 모두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청소년이 할 수 있는 생태행동 10계명”을 만드는 것이 2학기의 두 번째 활동이었다. 자신들이 지킬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것을 먼저 정리하고 모둠별로 회의를 거쳐 가장 중요한 순서대로 10개를 골라서 발표했다. 흔히 무엇을 하던 “그거 왜 해요?”라는 질문이 돌아오는 것이 중2병의 대표적 증상이라는데 학생들은 너무나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리고 이어서 1학기에 받은 교육을 바탕으로 청소년이 할 수 있는 무엇이든 기획하는 시간을 가졌다. 4명이 한 모둠인데 모둠별로 2절지가 꽉 차도록 마인드맵으로 채우고 한 가지를 선정하려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모습은 진정 중2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직접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아이템으로 여러 가지가 논의됐지만 홍보영상 만들기와 홍보굿즈 만들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선생님으로서는 되도록 하나의 활동을 같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으나 둘 모두를 하겠다는 굳은 의지만 재학인 하였다. 학생들 모두 처음에는 ‘둘 다 별로 어렵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했다. 홍보영상팀은 자신들이 즐겨보던 유투브 영상처럼 만들고 싶었지만 많은 시간·노력 그리고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콘티를 짜고 대본을 만드는 것도 고된 작업임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들만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모습에서는 미소가 지어졌다. 굿즈팀도 물건만 정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했었지만, 실용적이고 의미 있는 굿즈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기후위기를 알리는 홍보문구를 적은 마스킹 테이프, 실천사항을 적은 종이가 들어간 포츈쿠키가 유력한 후보로 올랐으나 마스킹테이프 자체가 환경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순위에서 멀어졌고, 포츈쿠키는 잠깐 재미있을 수는 있지만 과연 ‘굿즈를 만드는 이유에 맞는 아이템인가?’라는 질문으로 탈락했다. 결국 자신들이 직접 디자인한 떡메모지를 만들기로 했다. 메모지는 평소에 많이 사용하고, 일상에서 쉽게 접하게 된다는 점이 선정된 가장 큰 이유였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청체활동 3시간 동안 영상팀은 촬영부터 편집까지 마무리하고, 굿즈팀은 디자인을 완성해야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선생님인 내가 콘티를 빠뜨린 것이었다. 멀지 않아서 부랴부랴 챙겨오긴 했지만 학생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원래 콘티 내용에는 비가 오는 장면도 있었지만 챙겨오는 동안 급히 내용을 수정해서 촬영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그때그때 편집까지 해서 3시간 동안 얼추 완성했다. 다만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다 보니 음향이 제대로 들리지 않아서 자막을 입히고 앞뒤 대문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선생님들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으니 마음 놓고 시작하라 했기에 선뜻 부탁을 들어줬다.굿즈팀은 30분간 디자인 방향이 다른 것 때문에 논의가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모두 그려보고 선택하기로 했다. 또한 영상팀이 만든 영상으로 연결되는 QR코드를 뒷면에 추가해서 두 팀을 콜라보 하기로 했다. 굿즈팀의 두 디자인 중 하나는 멸종위기생물인 수달을 알리는 귀여운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후위기의 상황에 경각심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디자인과 “당신이 갉아 먹는 지구”라는 문구 였다. 굿즈팀은 후자를 최종 디자인으로 선정했지만, 아이들이 노력하는 모습에 선생님으로써 화답하기 위해 제작업체를 설득해서 두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생각보다 떡메모지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모돼서 마지막 수업 전날까지 나는 안절부절 이었다. 다행히 마지막 수업 시간에 완성된 홍보영상, 완성된 떡메모지, 그리고 완성된 QR코드가 포함된 스티커를 들고 당당히 수업을 시작했다. 300개나 되는 떡메모지에 일일이 스티커를 붙이는 수작업에 아이들은 한 마디 불평이 없었다. 그리고 오그라드는 손을 펴가며 홍보영상을 시청했다. 이제 이것들을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가? 만 남았다. 동아리 학생 한 명당 15개씩 나눠주면 되겠다는 나의 생각은 학생들에 의해 남모를 부끄러움으로 변했다. “저희들이 2학년 모든 반에 소속된 게 아니라서 그러면 다른 반 친구들은 이걸 받을 수가 없어요. 2학년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나누고 알리고 싶어요. 저희는 2개씩만 주시면 돼요” 과잉된 생산과 소비 그리고 욕심이 기후위기의 원인이라고 가르쳤던 나에게 오히려 학생들이 가르침을 주고 있었다. 

동아리 활동 중간에 설문하며 학생들의 생각을 물었고, 마지막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조금 긴 설문을 요청했다. 마지막 수업에 참석했던 16명 중 15명은 내년에도 생태동아리를 하고 싶다고 답했고, 16명 전원이 2학기 기획활동을 또 해보고 싶다고 했다. 4월부터 10월까지 아홉 번의 만남은 많을 수도 혹은 적을 수도 있는 시간이었지만 머리카락을 쥐어잡으며 학생들과 어떻게 참여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할지 고민했던 것들에 학생들의 설문 답변 하나하나가 보상이었다. 며칠 전 버스정류장에서 몇 명의 중학생이 막대 아이스크림을 먹고 남은 쓰레기를 조용히 하수구에 버리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적어도 우주짱 생태동아리 아이들은 앞으로 쓰레기를 저렇게 버리는 일은 없을 거야’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중2병’이 명사처럼 쓰이는 시대의 중학교 2학년 학생, 하지만 그들도 앞으로 모두와 함께 살아가고 지구와 공존해야 할 인류이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그들 자신들의 노력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길 바란다. 그리고 처음엔 낯설고 민망했던 ‘우주짱’이라는 단어가 앞으로 내 기억 속에 자랑스런 기억으로 오래 새겨질 것이다. “얘들아~, 고맙고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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