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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022 활동사례 우수상 수상작] 시와 함께하는 우리동네 한바퀴(시의 향기가 흐르는 북촌 계동 마을가게 스탬프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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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시교육청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6회 작성일 23-02-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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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제4회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활동사례 공모 우수상 수상작


종로혁신교육지구 중앙중학교 교사 이한솔


삶이 시가 되는 순간들

2021년 가을, 우연히 박연준 시인의 산문 <쓰는 기분>을 만났다. 책 속에서 시인이 전하는 ‘부드러운 용기, 작은 추동을 일으키는 바람, 따뜻한 격려’를 건네받으며, 학생들과 함께 시 수업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움텄다. 제대로 시를 써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는 초보 교사였지만, 학생들과 ‘시 쓰는 기분’을 나누며 서로의 삶 속에 안긴 시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중앙중학교의 2022학년도 1학년 1학기 국어 수업의 주제는 ‘시’였다. 이제 막 중학생으로서 발돋움한 학생들과 ‘시’를 매개로 수업을 진행하며 ‘나’의 삶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삶 역시 좋은 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 만약 우리 학생들이 ‘삶이 시가 되는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른다면, 이해와 공감을 통해 삶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한 학기 동안의 긴 수업을 구상해보았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 속, 우리 동네의 가치와 정체성 찾기

수업은 ‘국어, 사회, 영어, 그리고 목공예(자유학년제 예술 프로그램)’ 융합 프로젝트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의 시각을 ‘나의 삶’에서 ‘타인의 삶’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교과 수업을 통해 삶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바라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또한 수업에서 전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삶에 대한 시각을 확장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격언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문학이 우리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 스스로 느껴볼 수 있도록 수업을 구상할 필요가 있었다.교과 융합 프로젝트 수업의 목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 속, 우리 동네의 가치와 정체성 찾기’였다. 중앙중학교는 서울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북촌에 위치한 학교이다. 학교 주변은 북촌한옥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로 연일 붐비지만, 점점 높아지는 가게 임대료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다양한 고민을 품고 생활하고 있었다. 북촌에 뿌리를 두고 살아가던 주민들이 떠난 자리를 채우는 프랜차이즈를 바라보며, 우리들의 삶의 터전인 ‘마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그래서 이번 수업에서는 마을이 직면하고 있는 사회 현안을 주제로 삼아 전체 수업을 기획해 보기로 했다.

학생들은 먼저 사회 수업을 통해 우리 동네의 다양한 공간을 ‘오래된 가게’와 ‘프랜차이즈’로 나누어 보며, 우리 동네가 당면한 문제인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토의의 과정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우리의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가치가 공유되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마을의 정체성을 품고 있는 가게들을 중심으로 ‘북촌 스탬프 투어’를 진행하기 위한 지도를 만들어 보았다.

영어 시간에 던진 핵심 질문은 ‘외국인들은 우리 동네 북촌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까?’였다. 우리 동네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마을 사람들이 지켜온 오랜 가치를 품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회 시간에 선정한 가게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북촌의 가치와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 영어로 소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자유학기제 예술 프로그램인 목공예 수업에서는 사회, 영어 시간에 선정한 공간을 중심으로 ‘북촌 스탬프 투어’를 실천하기 위한 ‘도장’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수업 과정을 통해 마을에 대한 인식 수준을 높이고, 나아가서는 내국인·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그 가치를 홍보해 보는 실천적 경험을 해볼 수 있기를 바랐다.​

국어 수업에서는 ‘북촌 스탬프 투어’를 위한 공간들에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학생들이 직접 취재한 내용을 기반으로 해당 공간을 주제로 ‘시 쓰는 기분’을 느껴보는 활동을 진행했다. 평소 학생들의 글쓰기가 ‘나’에 대한 주제로 한정되어 있었다면, 인터뷰로 수집한 자료를 중심으로 마을의 ‘삶’이 ‘시’가 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과정은 ‘나’에서 ‘타인’으로 시각을 확장하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시의 향기가 흐르는 북촌 계동 스탬프 투어

2022년 10월 7일, 북촌 계동의 골목골목이 중앙중학교 학생들의 들뜬 발걸음으로 분주해졌다. 학생들은 직접 만든 ‘북촌 스탬프 투어’를 체험하면서 오랜만에 모둠별 인터뷰 활동을 했던 장소를 찾아가 사장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고, 가게 사장님들은 학생들의 반짝이는 모습을 애정 어린 시각으로 보듬어주셨다.우리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가게 사장님이 계신 공간, 우리 동네에 자리를 잡고 생활한 시간만큼이나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공간, 우리 동네의 정체성을 품고 있는 소소하지만 소중한 공간,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 속에서 우리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공간. 마을과 함께하는 수업을 경험한 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북촌 계동의 가게들은 더 이상 등하굣길에 스쳐 지나기만 하던 평범한 공간들이 아니었다.국어, 영어, 사회, 목공예 수업에서 힘을 합쳐 기획하고 진행한 ‘시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한바퀴’ 수업을 통해 중앙중학교 학생들은 익숙함 속에 잊고 있던 소중한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북촌 마을에서 ‘시작(始作)’된 중앙중학교 학생들의 ‘시작(詩作)’ 활동을 통해 마을과 함께 만들어 가는 혁신 교육의 가치가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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