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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022 활동사례 우수상 수상작] 작은 불씨가 모여서 되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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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시교육청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5회 작성일 23-02-1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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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제4회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활동사례 공모 우수상 수상작


은평혁신교육지구 숙명여자대학교 법학부 2학년 이지영


은평구에서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를 졸업했더라면 한 번쯤은 참여해 보았던 은평혁신교육지구사업 ‘은평대전’. 나도 아마 몇십만 명의 멘티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중학생 때 은평혁신교육지구에서 열린 은평대전의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기엔 입시의 문턱을 밟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끌리는 전공 몇 개를 들어봤던 기억이 난다. 벌써 7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분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나에게 멘토링을 해 줬던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의 멘토님의 조언으로 인해 내 진로가 조금이나마 가닥이 잡혔다는 것이다. 특히 그 멘토가 준비해 줬던 내용 중에 ‘세상에서 아무도 하지 못한 인물의 인터뷰’라는 슬라이드가 기억에 남는데 그 짧은 내용 안에 어떤 전공을 배우는지, 그리고 내가 얼마나 흥미를 느낄 수 있었는지 피부로 체감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때 아, 나는 이런 것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정체성이 막 생기기 시작할 때였다. 막연하게 고등학교를 위해 선행학습을 하고, 그 고등학교는 대학이라는 미지수의 존재 때문에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 멘토링을 통해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마음 깊이 와닿아서 집에 와서도 한참을 나는 신문방송학과에 가야겠노라고 엄마에게 한참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은평대전’은 나에게 꽤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에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은평대전의 멘토로 작년과 올해 참여하게 되었다. ‘은평대전’이란 은평구에 위치한 중·고등학교에 방문하여 자신이 전공하는 학과 강연을 진행하는 혁신교육이다. 그렇게 조별교육을 받고 피드백을 받은 대로 큰 변동 없이 활동을 하고 있던 중 멘토링에 대한 생각과 방향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있었다. 모 학교의 진로부장 선생님께서 학생들로 하여금 ‘나도 대학에 갈 수 있다.’라는 희망을 심어달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기분이 묘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학과 탐색과 진로 설정에 대한 기회를 넓히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입시를 졸업하고 진정한 꿈을 찾아가는 대학생인 언니오빠들 마저도 주어진 시간 동안 ‘대학’이라는 생각만 주입시켜 준다면 중학생의 내가 느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입시제도 안에서의 회의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여기 학생들을 위해 서 있는 이유, 취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깨달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 사업의 일원으로써 참여를 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대입, 대학이 내 모든 세상이었던, 안타까웠던 19살의 내가 생각이 났다. 오로지 대학만을 모든 세계로 삼고 있었기에 모두가 해피엔딩을 이룰 수 없는 입시의 벽 앞에서 좌절하고 회의감을 느꼈었다. 대학생 멘토들마저 대학이 ‘전부’인 양 한 시간 내내 입시만을 다룬다면 나중에 나와 똑같이 입시를 겪을 학생들이 느낄 좌절감과 회의감에 대해서 안타깝고 부채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대학 말고 다른 세계를 알려줄 수도 있지 않았냐는 서글픔 좌절감 말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해서 대학을 갈 수 있어.’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입시에서 수없이 부딪히고 좌절하면서 버텨낸 성과를 ‘내가 증명할 수 있고, 그 사례가 네 앞에 서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나도 대학에 갈 수 있는 존재다.’가 아닌, 어쩌면 ‘나도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불쏘시개를 짧은 시간 동안이라도 학생들 마음 깊이 놓아 불씨를 심어놓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사실 2년 동안 여러 방식으로 멘토링을 진행하더라도 아쉬운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대학’만이 모든 세계라고 믿는 학생들에게 꼭 그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생각의 전환점을 맛보게 해 주고 싶었고, 애초부터 학업에 큰 흥미가 없는 학생들에게 너희들이 대학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싶었다. 특히나 학업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은 전공 강연 시간에 잠을 자거나 작은 흥미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바로 이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소외된 학생들에게 집중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작년과는 다르게 남은 자투리 시간과 질의응답 시간을 늘려 학생들의 관심사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청소년이 생각할 수 있는 ‘틀’에서 벗어나지만 자기의 관심과 적성을 찾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례들을 준비해 가기도 했다. 특히 꿈은 있지만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학생이 기억에 남는데, 나는 이 친구에게 공부는 대학에 가기 위한 ‘목적’이 아니고 네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때가 다가오면 정말 최선을 다해보라는 응원의 한 마디를 건내줬던 기억이 남는다. 이렇게 법적으로는 분명 성인이지만 청소년과의 간극이 그리 멀지는 않은 우리 멘토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학생들은 그동안 내가 어떤 것을 잘했는지,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해 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 것이었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것 같은 학교생활이지만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기에 반티 하나를 만들 때에도 리더십을 발휘하는 학생, 가격을 융통성 있게 조율하는 학생, 친구들 간의 갈등 조정을 잘하는 학생 등 자신이 알지 못한 새에 가지고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들을 청소년들은 분명히 내포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을 실제로 교실에서 해 보니 잠을 자는 학생들도 일어나서 수업을 듣고, 자기도 뭔가를 할 수 있던가 하는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룬 것 같아 마음이 정말 벅차올랐다.

 또한 한 가지 더 아쉬웠던 점은 ‘은평대전’ 사업에는 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중학생 멘티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전공 강연은 아무래도 고등학생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학생 멘티들도 내용이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인 흥미를 보이기도 쉽지 않고 멘토들도 어떻게 흥미를 유도해야 하는지, 어떻게 더 쉽게 내용에 접근해야 하는지 막막함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올해는 작년과는 다르게 중학생용 피피티를 따로 제작해 학생들이 실제로 겪는 풍부한 사례와 일방적으로 설명만을 하는 것이 아닌 어려운 용어를 함께 유추해보고 문제를 해결까지 같이 해 보는 플롯을 기반으로 전공 강연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자는 학생들도 일부 일어나서 수업을 듣고, 흥미가 없어 초반에는 지루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후반에는 조금은 관심을 가지는 등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이 보였다. 게다가 이 강의를 듣고 정말 내 전공에 관심이 생겨 중학생인 자신이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학생이 생겼다. 그만큼 내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진심인 마음가짐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더니 학생들도 그만큼의 진심으로 응해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이런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례와 활동거리들을 미리 조사해 가서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이렇듯 작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하기는 하였지만 본분 또한 잊지 않았다. 내가 중학생 멘티였들 당시 느꼈던 감동 그대로를 내가 멘토링했던 한 학생이라도 더 알게 해주고 싶었다. 특히 구체적인 학과 로드맵이나, 현실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내가 현재 재학하고 있는 과가 어떤 점을 잘하거나 좋아하면 유리한지 흥미 있는 사례에 빗대어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이 자신이 얼마나 이 과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가늠해 보게 해였다. 그리고 명확한 진로가 있지만 성적 때문에 좌절하는 친구들을 위해 전공박람회의 쉬는 시간까지 쉬지 않고 전부 다 투자해 끝까지 국/영/수/사/과 별로 구체적인 공부 방법을 알려주었고 나 역시 중하위권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최대한 시행착오를 줄이는 법. 그리고 입시에 다시 도전하면서 깨닫고 느꼈던 점을 다시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열심히 물어오는 학생들이 너무 예뻐 보였고 한 학생이라도 입시라는 허들에서 나를 포함한 입시생들이 느꼈던 좌절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길, 따뜻한 겨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서 멘토링을 해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만 깨달아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성장함을 느꼈다. 내 전공에 대해서도 더 명확해지고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자니 더 책임감도 느껴지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되새겼다.교단에 서는 일은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내 친구만 해도 교단이라는 자리가 간절하고 또 간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장이라는 같은 목표를 위해 교단에 선 만큼 더 책임감 있게 내가 가진 본문과 메시지를 쏟아붓고 싶다. 은평대전 덕분에 교육과 관련된 진로를 가지지 않았음에 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멘토링과 교육에 대한 나의 가치관과 책임감이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나에게도 청소년 시절이 있었고, 청소년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과 노력들에 많은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아 나에게 하나의 불씨가 되었기에, 이 일이 더 가치 있게 느껴지고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년에는 멘토기획단에 들어가서 더 다양한 활동을 기획해보고, 2년 동안 느껴왔던 내 멘토링에 대한 피드백을 또 성숙해질 시각들로 성장시켜 나가보고 싶다. 교단에 서는 선생님들마저 자신의 강연에 대해서 끊임없는 피드백과 성장을 하는 것처럼, 나 또한 작년의 아쉬움을 보완한 나만이 할 수 있는 멘토링을 준비하고 싶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나의 멘토링의 모습만 모니터링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훌륭한 멘토들의 장점들을 보고 배우면서 스스로도 성장하고 여기에서 얻은 좋은 영향력을 청소년과 사회에 다시 기여하고 싶다. 그리고 멘토와 멘티들의 꿈을 모두 가능케 해 주는 은평진로센터 및 사업을 진행하고 계시는 직원 분들의 크고 작은 노고에 감사함을 느낀다.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더라도 어느 곳에서나 노력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기에 청소년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겠다는 멘토들의 하나된 바람이 아이들의 피부에 직접 닿고 있지 않을까? 이처럼 우리는 하나의 불씨가 모여 불꽃이 된다. 이를 더 잘 타게 해 주는 것은 청소년이라는 ‘장작’ 덕분임을 다시 되새기면서, 모두에게 따뜻한 겨울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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