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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022 활동사례 우수상 수상작] 긍자감(긍정적 자신감)을 심는 어느 부부 강사의 추앙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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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시교육청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24회 작성일 23-02-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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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제4회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활동사례 공모 우수상 수상작


용산혁신교육지구 마을꿈샘 마을교사 이경희


용산구에 이사를 하고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보았다. 주민등록등본을 한참 동안 쳐다본다. 그동안 이사한 것을 다 포함해서 인쇄해달라 요청했더니 네 쪽이 넘는다. 결혼 30여 년 동안 남편의 직장으로 인하여 20여 번의 이사를 한 결과물이다. 아이들에게는 고향이라는 것이 없었다. 출생지만 있을 뿐. 그러나 나는 이제 비장한 각오 아닌 각오를 했다. 이제부터 부초같이 떠다니던 삶을 남편의 퇴직과 함께 이곳 용산에 뿌리를 내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기로 말이다. 떠다니는 삶은 어디에도 정을 주지 않는다. 주소도 외우지 않는다. 그냥 머물기에…. 그래서 그 동네에 그 마을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일어났었는지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고 주변인으로만 머물 뿐이었다.

용산에 정착 후 퇴직한 남편은 집 근처에 에스엘디행복연구소를 열었다. 처음으로 내가 뿌리내린 마을에 관심을 가지고 마을 공동체 사업으로 ‘용산구민을 위한 웰다잉 사업’ 공모에 선정되었다. 코로나로 인하여 웰다잉 대면 강의는 줌으로 대체 되었고 주제가 무거웠기에 원예심리사인 나는 좀 더 마을주민들과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해 그림책과 원예를 접목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었다. 그때 마을 공동체 사업을 멘토 해주셨던 마을 꿈샘 속의 선생님을 만나면서 나의 마을에 관한 관심은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다 커서 수능일 날씨며 올해 수능은 어떻다더라, 몇 차 교육과정이라는 뉴스는 별반 관심이 없었다. 50대 중반 퇴직 부부의 은퇴 설계가 나의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마을 꿈샘 선생님을 만나면서 생각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이사와 아이들을 전학시키면서 전국의 교육환경을 맛보기 아닌 맛보기를 하면서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도 원망도 해봤고 입시 위주로만 되어있는 학교의 커리큘럼 때문에 고등학교 때까지 이사했던 둘째 아들은 수능 선택과목에서 불이익도 당했다. 다 잊고 있었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수험생 부모일 때만 반짝 입시제도에 교육환경에만 관심이 있었나 보다. 용산혁신교육지구 내의 마을 꿈샘 활동은 내가 사는 마을의 아이들과 전문지식을 가진 마을 활동가들이 다양한 주제로 아이들을 만나 행복하게 성장시키는 것이다.

갑자기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 시기였을 때 좋은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주지 못했던 것들이 죄책감으로 다가왔다. 그때 이런 혁신교육지구라는 제도가 있어서 각각의 지역구에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늦지는 않은 듯했다. 내 아이만이 아닌 마을의 아이를 내가 돌보면 되지 않은가.마을 꿈샘이 되려면 소정의 강사교육 및 강의 시연도 거쳐야 했다. 핸드폰으로만 세상일을 처리하던 나는 컴퓨터하고는 거의 인연이 없었다. 강의 시연을 위해 PPT 작업도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났다. 다 큰 나의 아들과 딸은 엄마의 컴퓨터 작업에 도움은 주지 않고 핀잔만 했다. 어쩔 수 없이 용산여성일자리센터에서 개설한 PPT 특강을 듣고 어설프게 강의 시연을 마쳤다. 교사자격증은 있지만 다 잊어버린 교수법. 새롭게 변화는 학교 현장 공부를 위해 YOUTUBE로 공부도 많이 했다. 용산꿈나무도서관에서 밤늦도록 내가 강의할 그림책과 원예에 대해 조사하고 연구했다. 다른 전문가들의 강의도 찾아보고 수업 준비에 열정을 다했다.

마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나의 배움의 열정은 풍선을 불 듯이 자꾸만 자꾸만 커져만 갔다. 드디어 마을 꿈샘 측에서 연락이 왔다. 여름방학 동안 용산구 관내에 있는 키움센터 1~8호점에 수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야호! 드디어 나는 마을 아이들을 만난다.” 어느 TV 프로그램(나의 해방일지)의 명대사처럼 나는 마을 아이들을 ‘추앙’할 것이다. 추앙은 응원하는 것이다. “넌 뭐든지 할 수 있다, 뭐든 된다.”하며 응원하는 것이다.

나의 마을 꿈샘 강의 프로그램은 [그림책, 꽃과 놀자]이다. 궁극적 수업 목표는 ‘모두 달라, 모두 좋아요.’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잠재 능력과 소중함을 알아가는 내용이다. 단순히 그림책을 읽고 원예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액션 러닝 방식의 참여형 수업으로 긍정심리 강화 프로그램으로 진행했다.

첫째, 우선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꽃들의 모양과 이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꽃 이름표를 만들었다. 작년 가을부터 직접 채취한 여러 종류의 씨앗들을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고, 냄새도 맡고 만져보면서 어떤 느낌이 나는지, 과연 이 씨앗들이 어떤 꽃과 열매로 성장할지,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그리고 [너는 어떤 씨앗일까?]라는 그림책을 다 같이 읽었다. 먼저 각각의 모양과 특성을 가진 씨앗들이 잘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때 필요한 긍정의 언어를 친구들과 서로 나누고 격려의 문구를 만들어보았다.둘째, ‘꽃과 놀자’ 원예 활동 시간에는 ‘하바리움 분위기 등 만들기’를 했다. 하바리움은 프리저브드꽃(시들지 않는 꽃)을 특수용액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여기에 분위기 등을 사용하여 긍정의 언어로 내가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해 진행했다.

가장 중요하고 감동적인 순간은 작품이 완성된 후 각각 개개인의 긍정과 격려의 문구를 반 친구와 팀원 전체가 큰소리로 읽어주는 시간이었다. 예를 들어 “00야 넌 잘하고 있어 멋져!”라고 큰 소리로 함께 외쳐주면 이때 우리 친구들은 쑥스럽고 얼굴이 상기되기도 하지만, 다 같이 격려의 문구를 읽어주는 시간이 수업의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각각 다른 특징과 개성을 가진 친구들을 인정하는 시간 ‘모두 달라 모두 좋아요!’가 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나는 우리 마을 아이들을 추앙해 주기만 하면 된다. ‘넌 뭐든지 할 수 있다, 뭐든지 된다.’라고 응원만 해주면 되는 것이다.나의 아이들을 키울 때는 몰랐다. 잘한다고 응원만 해주면 되는 것을. 가까이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은 아직도 단순 추앙은 어려울 것 같다. 입시제도라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교육환경에서는 아이들에게 추앙은 어려울 것 같다. 그 어려운 일을 내가 마을 꿈샘 선생님이 하면 될 것 같았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탄 프린스턴대 허준이 교수가 말했다. 근거가 있는 자신감은 언제든지 부서질 수 있지만 근거가 없는 자신감, ‘근자감’은 스스로 유연성을 부여해서 힘든 과정에 놓였을 때도 유연하게 인생을 끝까지 잘 살아나게 해주는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나는 마을 아이들에게 근자감을 넘어 긍자감(긍정적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자신감이 생겼다. 마을 아이들의 꿈샘으로서 소명감도 생겼다.용산구 관내 키움센터를 시작으로 서빙고초등학교 3~5학년을 대상으로 [그림책, 꽃과 놀자]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수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같은 강의프로그램이었지만 더 좋은 수업의 질을 위한 욕심이 생겼다. PPT 자료도 보강하고 좋은 재료를 위해 방산시장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한정된 재료비를 아끼기 위해 재료를 대용량으로 저렴하게 사서 일일이 잘게 나누는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

는 용산구 마을 꿈샘 3기로 활동하고 있고, 앞서 남편은 마을 꿈샘 2기로 활동하고 있었다. 내가 원예재료를 사러 가거나 밤늦게 아이들을 위해 재료들을 잘게 나누는 작업을 할 때 남편이 어김없이 도와주었다. 밤잠이 많은 남편이었지만 꾸벅꾸벅 졸면서도 재료 소포장도 도와주고, 학교로 이동할 때 운전도 해주고, 수업 중에 활동이 많아 무보수 보조강사로서 나를 도와주었다.

우리는 부부 마을 꿈샘 선생님이다. 남편은 긍정심리와 인성 프로그램 선생님이고, 나는 그림책, 원예 심리 선생님이다. 남편이 ‘긍정심리로 오르는 행복사다리’라는 프로그램으로 수업할 때면 나도 같이 보조강사로 활동한다. 남편 강의의 장단점을 알고 남편도 나의 초보 마을 꿈샘 강의의 장단점도 알 것이다. 그런데도 남편은 나의 강의를 추앙한다. 항상 “잘한다, 잘한다, 당신 강의가 마을 아이들에게 긍정의 씨앗이 돼요.”하면서 칭찬만 한다. 나의 근자감과 긍자감은 사랑하는 남편에게서 나온다. 한번은 서빙고초 수업 후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교실 중앙에 세우시고 “지금까지 외부 선생님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었고 수업이 훌륭하셨어요”하면서 아이들에게 박수를 청하였다. 그때 뒤에 서 있던 남편은 가슴이 울컥했다고 한다.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운 순간들이었다.처음에는 마을 꿈샘 활동에 시큰둥했던 아이들도 돋보기를 쓰고 밤늦도록 엄마가 집에서 공부한다고 멋지고 대단하다고 한다. 나 스스로 이렇게 배움의 열정이 있는 줄 몰랐다. 마을 꿈샘이 되기 위한 재학습 과정들이 힘들기도 했지만 나를 성장시키는 고마운 시간이었다. 마을 아이들을 만나기 위한 준비과정이 나의 삶을 더 풍요롭게 성장시키는 시간이 되었다.

남편 퇴직 이후 제2의 인생 준비과정은 나와 내 가족 위주의 삶이었다. 이제는 내 사는 마을에서 더 보람과 의미가 있는 삶, 베풀 수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구체적 실행 방법 등을 계획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용산혁신교육지구에서 마을 꿈샘 마을 선생님으로 활동하면서 마을의 아이들에게 긍자감(긍정적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무조건 아이들을 추앙하는 소명을 실천하면서 살 것이다. 추앙받은 사람들은 마음에 사랑밖에 없단다. 얼굴에서 반짝반짝 행복의 빛이 날 것이다. 우리 용산구 마을 아이들, 우리 부부를 만난 마을 아이들, 무조건 추앙받는 프로그램을 만난 아이들은 마을에서 마을 밖에서도 긍자감(긍정적자신감)으로 누군가를 믿고 모두 다름을 인정하고 성장해 나갈 것이다. 마을 아이들에게 긍자감을 심어주는 마을 꿈샘 부부 선생님은 오늘도 서로를 추앙한다.

“여보, 당신 강의가 최고야! 잘했어!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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