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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2022 활동사례 장려상 수상작] 어느 마을활동가의 성장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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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울시교육청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02회 작성일 23-02-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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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제4회 서울형혁신교육지구 활동사례 공모 장려상 수상작


동대문혁신교육지구 마을교사 김희정


나는 지금 동대문혁신교육지구에서 마을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혁신교육이 뭔지도 모르고 어쩌다 시작한 이 일이 내가 인생에서 꿈꾸었던, 나다움을 발현하는 일과 닮았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일, 아이들에게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일, 자기다움을 찾아가도록 돕는 일.나는 예전부터 가정에서 잘 키워진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고, 사람을 돌보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사회의 나이 든 선배 시민으로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막연히 생각하며 살고 있었는데 혁신교육을 만난 후 그 역할에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즈음 나는 계속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싶어졌다. 오랜 시간 중학생들 수학 과외를 하고 있었는데 그 일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물론 아이들에게 수학을 쉽게 가르쳐 주어 그들이 유레카 하며 깨달아 갈 때, 나의 기쁨도 있었지만, 학교 시험을 만점 맞도록 훈련을 시키는 일은 산에 오르기 싫어하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산에 올라가는 것만큼 너무 힘들고 나를 지치게 했다. 그래서 그때 만약 내가 이 일을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하며 노년을 보낼까 하고 생각했다.

내가 놀이를 배워 놀이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과 늙어서까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늙으면 원래 어린 사람들이 같이 안 놀아주는데, 놀이 선생님이 된다면 그들과 놀 수 있지 않을까? 솔직히, 시작할 당시에는 그들을 위해서가 아닌 나의 우선적 욕심으로 놀이 선생님이 되고자 했다. 아이들과 늙어서까지 함께 하면 참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래놀이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보다가 마을 교사를 양성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2016년 동대문구가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되던 해, 그 해였다. 놀이 교사, 마을해설사, 식생활 강사를 양성한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신청하려고 보니 모집하는 마지막 날이었고 이미 마감 상태였다. 구청에 전화해 간절한 마음으로 대기자 명단에라도 넣어달라고 부탁을 드렸고 정말 운명적으로 한 사람의 결원 자가 생겨 대기자 1번인 내가 합류하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어렸을 때 잘 놀아본 경험이 없다. 나의 엄마는 맏이였던 나를 어려서는 옷이 더러워진다는 이유로 집에서 주로 놀게 하셨다. 초등학교 때에도 집, 학교 외에 밖에서 뛰어논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놀이는 재미뿐만 아니라 신나게 웃는 웃음의 효능, 몸을 움직여 뛰어노는 것의 효능, 또, 죽었다 살아났다 하는 놀이 규칙에서도 배울 것이 많음을 그때 깨달았다고 하면 과장일까? 수업 시간이 바로 놀이하는 시간이었고 웃을 일이 많은 수업이었다.

어려서부터 많이 뛰어놀아 본 경험이 없어서 그랬는지 난 좀 진지한 사람이었다. 나의 엄한 아버지는 집안에서 아이가 우는 소리는 당연하게 시끄럽다고 하셨고, 크게 웃는 소리도 시끄럽다고 하셨다. 항상 조용한 집안 분위기를 원하셨고 그래서 그런지 나는 좀 까다롭고 표정이 딱딱한 편이었는데 이렇게 웃고 뛰어놀다 보니 어느 순간 표정이 말랑말랑해진 것 같았고 놀이를 배우면 배울수록,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내 표정이 부드러워져 감을 느꼈다.공부, 공부하며 아이들을 옥죄이고 줄을 세우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행복감을 주기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믿음과 함께 마을 교사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우리 양성반 선생님들은 2016년 10월 혁신교육지구 축제부터 본격적인 대외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배운 실력을 발휘해서, 부스 안에서는 전통 보드 게임인 고누, 실팽이 돌리기를 하였고 부스 밖에서는 달팽이 놀이, 사방치기 등 맨몸으로 뛰어놀았다. 그렇게 기초과정에 이어 심화 과정까지 6개월을 잘 마친 후 2016년 말 우리 팀은 자발적으로 ‘마을에서 미친 듯이 놀자’라는 뜻의 마미놀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그때부터 매달 1회 월례회의 및 놀이 연구를 꾸준히 하였으며 활동도 지속했다. 우리는 교회에서, 학부모 모임에서, 도서관에서, 요청이 있는 대로 만나러 다녔고 놀이 활동을 했다. 그냥 아이들과 뛰어놀고 그들의 웃는 모습이 좋아서 신이 났었다.

2017년에는 우리 마미놀 선생님들이 혁신교육지구 공모 사업도 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교 근처 공터에서 현수막을 걸고 아이들을 만나 신발 뺏기, 망 줍기를 하며 놀았다. 사업비 덕분에 아이들에게 빵과 아이스크림도 제공할 수 있어 좋았고 선생님들에게는 지치지 않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어 더 좋았다. 답십리, 장안동, 이문동 3권역에서 동시에 6개월을 지속한 사업이다. 2018년에 혁신교육지구의 지원사업으로 놀이한마당이라는 행사를 했다. 1년에 3번뿐인 행사였지만 80여 명의 엄마와 아이들이 모여 진정으로 신나게 뛰놀고 까르르 웃는 시간이었다.18년의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학교의 놀이 선생님’이 된 것이다. 집에서 과외수업을 한 경험밖에 없는 나는 학교 밖 선생님이라는 자격지심이 늘 있었는데 그때 학교에서 수업하는 기분은 특별했다. 사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수업한다는 것은 과거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교원자격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이 학교로 들어가서 학생들의 다양한 수업을 위해서 수업하는 것 자체가 정말 혁신적이지 않은가? 10여 년 전쯤 보조교사로라도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교육청에 엄청 이력서를 넣은 적이 있는데 결국 다 떨어졌다. 그만큼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 학교인데 혁신교육지구 덕분에 마을 교사가 되어 학교에서 수업을 하게 되었다.

2019년에도 우리는 놀이 한마당을 벌렸다. 전래놀이 한마당이라고 이름 붙이고 크게 판을 벌였다. 장안동 마로니에 공원, 답십리 간데메 공원 그리고 이문동 놀이터에서 학부모님들과 아이들을 초청하였다. 피구도 하고 물총 싸움도 하구, 망 줍기도 하고 그 옆의 돗자리에서 학부모들은 공기놀이도 하면서 2시간을 보냈다. 그때도 공모사업으로 받은 200만 원으로 선생님들의 강사비와 아이들의 간식, 물총 등을 충당할 수 있어서 더 즐거웠다. 또 다른 곳에서 참여 요청이 올 적마다 우리는 번갈아 가며 참여를 하였고 매 달 정기적으로 만나 놀이 복습도 하고 새로운 놀이도 배우며 우리들의 멤버십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각자 자기의 직업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그래도 해마다 혁신교육축제를 하게 되면 10여 명의 선생님이 5~6시간의 시간을 내어주신다. 2020년을 제외한 올해까지, 그것도 무보수로.

2022년 올해 코로나19가 주춤해지면서 우리는 7년 차 혁신교육지구 축제를 배봉산 열린 공원에서 할 수 있었다. 활동비가 없는 자원봉사의 형태여서 올해도 미안함과 함께 선생님들께 의사를 타진해 보니 흔쾌히 10여 분의 선생님들이 지원해 주셨다. 여전히 그 따뜻하고 의미 있는 마음이 남아있음에 감동했다. 덕분에 아이들은 잘 놀다 갔고 축제도 잘 마무리가 되었다. 체험 부스는 많지만, 놀이 부스와는 다르다 생각한다. 축제에 놀이가 빠지면 앙꼬없는 찐빵!!역시 마미놀 선생님들이다! 아프리카의 속담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마을에서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일의 가치를 우리 선생님들은 알고 계신다. 나는 이런 선생님들의 열정을 그냥 삭혀버리고 싶지 않다. 선생님들의 열정을 마을에 녹여 내어 동대문구의 놀이 문화를 만들고 싶다. 게다가 마을에는 다양한 마을 교사들이 계신다. 나 혼자서는 힘든 일, 감히 꿈 꿀 수 없는 일을 그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

근래에 나는 서울시 교육청에서 하는 학부모 교육 10회를 들었다. 훌륭한 교수님들의 강연을 들었고 10번의 교육이 끝나자 이제 나의 실행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용기 내어 첫발을 떼었다. 매주 배봉산 열린 광장에서 토요일 10-12시까지 아이들과 만나자. 그들과 놀기 위해 놀잇감을 펼치고 바닥에 사방치기를 그려놓고 그들을 기다린다. 2주 전부터 시작한 1년 프로젝트. 일단 시작해 보련다. 사업비가 없어도 마을에서 자생적으로 아동, 청소년의 놀이 문화를 선배 어른인 내가 만들고 싶다. 혁신교육으로 만난 마을교사네트워크와 학부모네트워크가 있어서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믿음으로 약간은 저돌적으로 시작해 보았다. 지난 두 번의 토요일에는 6살 꼬맹이들만 찾아왔지만, 고학년, 청소년까지 왔으면 좋겠다. 놀이도 하다가 그림도 그리다가 돗자리 위에서 엎드려 글도 쓰다가 하면서 자기다움에 가까이 가는 그들을 돕고 싶다. 그렇게 토요일은 스트레스를 푸는 날, 자기가 진정 좋아하는 것을 하는 날로 만들어 주고 싶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야 공부도 잘한다.

나는 코로나 전에 잠깐 outbound 여행사를 운영했었다. 그때도 청소년들이 넒은 세상을 보고 큰 꿈을 꾸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차린 여행사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폐업하게 되었다. 배봉산 놀이 활동이 꾸준히 되어 나중에 청소년들과 라포가 형성되고 나면 그들을 데리고 나가서 다채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 심신이 힘든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그런 인생 선배가 되고 싶다.그리고 내가 하는 마을 활동이 하나 더 있다. 민관학 협의체에서 마을 교사 분과의 분과장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일련의 행사를 구청 주무관들과 협의하고 진행한다. 처음에는 그저 바쁜 마미놀 회장님을 도와주려고 잠깐 나선 것뿐이었는데, 어느 순간 실무위원이 되고 부위원장이라는 자리까지 왔다. 남 앞에서 이야기할라치면 얼굴이 빨개지는 내가 하위 네트워크를 키우기 위해 월례 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성향의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인간의 이해도가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내가 모르던 분야의 일을 하면서 이 나이에도 날마다 성장하고 있다. 혁신교육지구 속에서 했던 새로운 경험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본질적 나다움에 성큼 데려다 놓았다. 혁신 교육을 접한 덕분에 마을 교사도 되었고 나의 정체성을 발현시켜 더 큰 꿈을 꾸게 한다. 

앞에서 말했듯, 나는 마을 교사들의 다양한 재능과 뜨거운 열정을 모아 우리 동대문구만의 놀이 문화를 만들고 싶다. 예산이 있든, 없든 이 일이 너무 즐겁고 뜻깊어서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일에 많은 어른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어린아이들하고는 그냥 뛰어놀기만 해도 되겠지만 놀이 문화가 널리 확산하여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 예술문화도 이어지면 좋겠다.결국 나처럼 속도가 느리면 느린 대로 자기다움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고 행복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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