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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의 미래에도 고향이 있을까?

본문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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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기억하며 ‘차마 꿈엔들 잊힐 리’ 없는 그 곳 고향. 그 곳이 우리 뇌리와 가슴에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진 까닭은 뭘까? 무엇이 그곳을 그토록 그립고, 그립다 못해 눈물 돋는 이름으로 새겨지게 만들었을까? 어릴 적 경험이 어른이 된 나중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프로이드의 심리학을 굳이 들먹여야만 이 현상이 설명될까?

요즘 아이들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태어난 곳이요? 저는 ○○병원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는데요?”
“어릴 적 산 곳이라고요? 음, 엄마가 그러는데 부천서 살다가 온수동으로 이사 온 거래요. 솔직히 고향이 뭔지 모르겠어요.”

이 아이들에게 고향이 뇌리와 가슴에 새겨질 시기가 아직 안 된 것일까? 그렇다면 먼 훗날 지금의 우리 나이쯤 되었을 때 고향에 대해 다시 물으면 그 땐 갑자기 먼 허공을 보면서 아득한 옛 기억을 추억하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고향을 말할까? 요즘 아이들에게 지금 살고 있는 마을은 어떤 모습으로 차마 잊히지 못하거나 혹은 차마 잊힐까?
우리 세대에게 고향은 우리 부모이며 가족이며 친구들과 뛰어놀던 우리 마을이다. 우리 가족과 우리 집만이 나의 그리운 고향이 아니라, 위 가사에서도 드러나듯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우는 마을 전체가 나의 고향이다. 왜냐하면 그 자연이 특별히 아름다웠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연 속에, 그 공간에 가족과 마을사람들과 함께 한 추억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곳은 고향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들이 사는 마을이 자연, 사람들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곳일까? 요즘 아이들에게 마을은 이런 곳이 아닐까 싶다. 한 마을의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누구의 집이나 마당 같은 공간에서 함께 놀지는 않는다. 마을 어른을 마주치기는 해도 말을 섞지도 시간이나 공간을 공유하지도 않는다. 그저 스쳐갈 뿐이다. 마을 골목길은 또 어떤가? 필자에게 골목길은 단순한 길 이상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뛰어놀고 숨바꼭질을 했던 그 골목길은 내 어릴 적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진 곳이다. 요즘 고향을 찾으면 내 어릴 적 모습을 찾아 사라진 골목을 찾아보기도 하고 사라진 그 길에서 여전히 어릴 적 친구들을 찾아 헤매기도 한다. 그 길이 그렇게 의미 있는 이유는 그 속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과 사람들이 친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마을길은 가기 싫은 학원을 향해 가는 그냥 길일뿐인 것 같다. 그런 길이 어떤 의미로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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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자란 마을을 어떤 것을 통해 기억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길로, 누군가는 마을 어귀의 나무나 이정표로, 누군가는 실개천이나 황소로, 누군가는 어머니로. 이렇게 서로 다른 요소로 고향 마을을 기억한다 하더라도 고향 마을을 떠올리는 모두에게 하나의 공통된 정서는 있을 것이다. 바로 자신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과 정서가 자라온 따뜻한 품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란 마을을 그리운 고향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을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사람들과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며 추억을 쌓으면 되지 않을까? 마을이라는 공간이 몸의 고향은 물론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마을이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정서를 키워줘야 하지 않을까? 

 

미래 사회에 우리 아이들에게 학교와 마을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우리 기성세대는 아래 몇 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못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영원히 고향을 못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고향을 만들어줄 수는 없지만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기억들을 많이 만들어 줄 수 있게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학교가 마을의 사람들과 우리 아이들의 관계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을 속에서 교육과정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매일 학습에 지친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돌려주고 마을 속에서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할 수 없을까?
마을에 가면 즐거운 일이 생길 수 있도록, 인생에 영원히 진한 여운으로 남을 수 있는 축제나 아동·청소년 활동을 할 수 있게 시공간을 제공할 수 없을까?
어른들을 믿고 의지하며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 수 없을까?
    
우리 아이들이 내 나이가 되어 고향을 찾아 어릴 적 놀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속에서 친구와 마을의 누군가와 자신의 추억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