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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랑 마을이랑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자치구청, 교육지원청, 지역사회,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기록들을 모아놓았습니다

담장이 있는 나라 담장이 없는 나라

본문

 나는 9월에 연구교사 공무국외여행으로 덴마크와 스웨덴의 학교를 방문하고 왔다.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나라들이다. 우리 연구교사들은 15명이 한 팀이 되어서 행복의 나라 덴마크와 여성들의 의회 및 각료진출이 두드러졌던 스웨덴을 방문하게 되어 기대가 많았다. 먼저 덴마크 공항에 도착해서 코펜하겐을 하루 여행하고 숙소로 갔다. 가는 길에 보였던 단독주택과 낮은 건물은 인상적이었다. 방문 내내 어느 곳에서나 넓은 하늘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하늘을 많이 보여주는 나라라 “참 좋다!”라는 말을 달고 다녔다.
 첫날 본 덴마크는 자전거의 나라였다. 길마다 자전거 다니는 길이 따로 있어서 아침에 출근하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줄지어 가는 모습을 보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전거 앞에 달려있던 유모차였다. 많은 여성들이 아닌 남성, 아빠들이 몰고 가는 유모차들이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버스에 유모차를 싣고 타는 것도 아주 자연스럽고 유모차를 고정시키고 차에 앉아있던 여성들도 눈에 들어왔었다. 도서관에도 유모차 놓는 곳이 표시되어 있었다.

 

 담장이 없는 집과 학교

 덴마크는 담장이 없는 집과 학교가 많았다. 스웨덴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놀이터 등에는 담장이 있었다. 작은 구역이 표시된 것처럼 되어 있어서 가끔은 개들의 놀이터인가 싶기도 했다. 개를 데리고 와서 풀어놓기 위해서는 담장이 필요했을 것이다. 숲이 많은 곳이어서 어린이집이나 학교는 울타리가 있어야 했을 듯 했다. 대부분 운동장에서 자유롭게 놀고 있었기에 구역이 필요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일상적으로 주택 등 누군가를 가두거나 막기 위한 담장은 별로 없었다. 담장이 있는 곳은 혹시 교도소나 군인들이 머무는 곳이 아닐까 생각했다. 담장이 없다고 범죄가 0%인 나라는 아니나 일상생활 속에 우리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에 담장이 없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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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번에 연수로 어느 지역의 학교를 며칠간 갔었는데, 그 학교 앞의 아파트 단지는 사방이 다 담장으로 닫혀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거기에 있는 경비원은 모두 젊은 사람이었고 출입구는 카드를 이용해서 출입하고 있었다. 많은 아파트가 출입구에 차를 출입할 수 없도록 차단막을 설치한 경우는 많이 봤지만 사람조차도 자유롭게 출입하지 못하는 것은 드물게 봤다. 단지 안의 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장치이지만 세상을 구분하고 나누고 차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야 ‘내가 너를 감옥으로 생각하겠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지하고 지나치겠지. 그렇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주변의 다른 사람들과 달리 특별한 존재로 스스로 생각할 것이고 그러한 구분은 어떤 결과로 나타날까?
 겉으로 드러난 담장은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내면에 쳐 있는 담장은 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에 대한 생각,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가 각기 다르고 그 다름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여러 가지 주변 여건과 상황에 따라 차이가 아닌 차별로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어서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우리가 만든 세상은 바로 오늘 내가 하는 행동과 마음과 생각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누군가를 잘 설득해서 함께 해야지 했던 생각을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지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좋은 말 좋은 것은 너무도 많고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견없이 동등하게 만나기

 우리가 만나는 학생들과 지역사회 사람들을 어떻게 편견없이 만날 것인가? 어떻게 동등한 인간으로 만날 것인가? 그동안 쌓여진 신뢰가 있으면 더없이 좋겠지만 우리의 사회 시스템은 신뢰를 쌓는 방식보다는 서로를 갉아먹는 방식으로 존재해 왔다. 아니 그렇게 존재했던 것은 아닌데, 우리의 이해 방식이 그렇게 이해를 하게 만든다. 한 사람의 잘못을 그 무리 전체의 잘못으로 만들어 버리는 교묘한 장치들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철학의 부재를 이야기 하고 우리를 성찰하는 대신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으로 문제를 보는 습관이 있다. 담장을 없애서 생기는 문제는 담장을 치지 않은 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예방이라는 미명하에 쉽게 만들어진다. 
 이는 충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처세술이 된다. 당장 증상위주의 처방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여행할 때 좋은 점 다섯 가지 중에 카페에서 탁자위에 핸드폰을 두고 화장실에 다녀와도 괜찮다는 것이 있다고 한다. 블랙박스와 CCTV 등이 넘쳐흐르고 다른 사람의 눈을 많이 의식하기에 안전이 담보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담은 더욱 두터워간다. 누군가가 지키고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분증을 찍고 들어 가야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뢰하지 않는 선생님께 배우는 우리 아이가 과연 잘 성장할 수 있을까? 교사 개인이 쌓아야 하는 신뢰의 문제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문제이다. 담장을 세워서 지켜내야 낼 것이 아니라 서로의 신뢰를 만들어갈 수 있는 문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인데 참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