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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랑 마을이랑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자치구청, 교육지원청, 지역사회,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기록들을 모아놓았습니다

동네사람을 만나다 2 - 교육나눔협동조합이사장 오현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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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금천구청 커뮤니티센터와 그 앞뜰에서 화들장이 열린다. 마을사람들이 판매자이고 구매자인 마을장터다. 화요일에만 열리는 장이라 화들장이란다. 가지밥에 오이냉국을 먹으며 오현애 대표와 마을이야기를 시작했다.


제가 금천구에 살기 시작한 게 1986년이니까 30년이 넘었네요. 고향이라 부를만하겠죠?”


오현애 대표는 금천구와의 인연을 시간의 길이로 답했다.



오현애이사장.JPG



학부모가 되어 시작한 금천 마을 살이


둘째를 낳으면서 직장을 그만 두고 육아에 매달렸죠. 그러다 큰 아이 학교 학부모 총회를 갔는데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어요. 심각한 상태였죠. 낡고 오래된 책들. 맞춤법도 안 맞는 책들이었어요. 책들은 제대로 분류도 되어있지 않았고요. 고치고 싶어졌죠. 학교도서관에서 명예교사를 하며 도서관 정리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교장선생님에게 도서관을 바꾸자는 계획서를 냈는데 교장선생님이 흔쾌히 도와주시겠다고 하셨죠. 때마침 서울시교육청에서 도서구입비도 확보해 주었고요.


책을 사고, 전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학부모 교육을 시키고. 당시 학교 선생님들도 열심히 도와주셨어요. 재미있었죠. 학교도서관이 학부모들의 힘으로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며 신나게 일했던 시간이었어요.


 


한 아이의 학부모가 마을 아이의 학부모로


학교 도서관 활동을 하면서 하게 되고 자연스레 학교운영위원장을 하게 되었어요. 그쯤에 놀토가 시행되었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토요일에 방치되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준비해 보자고 제안했고 꿈토학교(꿈꾸는 토요학교)”를 만들었어요. 학교도서관은 주민개방도서관으로 확장되고, 도서관에 사서도 생기고, 토요일마다 학교 교실과 학교 밖에서 여러 가지 활동프로그램을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운영했죠. 매주 70-80명의 아이들이 참여했어요. 자원봉사로 참여하는 학부모들을 보며 자기 아이만을 위해 살아가지 않는, 마을의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어요. 물론 예산은 교장선생님이 지원해 주셨고, 학교 선생님들은 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이런 활동에서 마을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마을협동조합을 만들다.


2012년쯤이었을 거예요. 마을 사람들과 수다 떨다가 시작된 이야기죠.


우리 협동조합 만들어 볼까?”


누구랄 것도 없이 하자는 분위기였어요. 협동조합이 뭔지도 모르고, 뭘 할지도 모르지만 마음 맞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마을의 교육을 위한 협동조합을 하자고 했어요. 모이고 보니 그냥 교육에 관심 있는 마을사람 모임이었어요. 협동조합보다는 그냥 교육을 고민하는 마을사람들의 모임 같은 거였죠. 1년 여 간 협동조합 공부도 하고 마을 강사를 양성하고 마을투어프로그램도 만들고 하는 일들이었어요. 그 중에 가장 큰 일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마을투어 프로그램이었어요. 혁신교육지구의 지원과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호응이 있어 안정적인 투어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마을을 알아가는 마을 강사들의 자부심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고 할 수 있죠,



금천마을교과서.jpg



교사와 마을사람들이 함께 만든 교과서


마을투어를 진행하며 마을교과서? 마을자료집? 이런 것에 대한 필요성을 항상 느꼈어요. 협동조합에서 마을투어를 위한 초등 3학년용 워크북을 만들기는 했지만 마을을 제대로 담기는 어려웠죠. 금천구의 역사, 문화, 생활이 담긴 이야기를 찾아야 되는데 딱히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사단법인 금천문화역사포럼>이었죠.


지역 어르신들, 향토역사와 문화를 연구했던 분들, 오랫동안 산 사람들 이 분들에게서 금천의 문화와 역사의 기반을 가져오자고 생각했어요. 워크숍과 지역탐방을 하며 자료들이 쌓여갔죠. 그러던 차에 마을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마을투어 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던 분들이었죠.


결론은 마을의 교육과정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마을교과서’, ‘마을학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곧바로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를 만들기로 했죠.


마을에서는 새로운 자료와 아이디어를 내, 선생님들은 교육과정에 필요한 내용을 마을에 요구하는 방식이었어요. 교과서가 만들어지는데 3년이 걸렸어요. 하지만 아직 완성은 아니죠.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금천 주민들을 위한 금천사용설명서를 만들어 볼까 기획하고 있어요.


교과서를 만들며 제일 고마웠던 분은 바로 선생님들이예요. 매주 한 번씩 만나는 일이 어려웠을 텐데 항상 즐겁게 참여해 주셨죠. 수업하고 지친 몸으로 저녁시간을 온전히 내어 주셨으니....... 마을에서 만든 교과서가 수업에 잘 쓰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전해들을 때마다 뿌듯해요.


 


혁신교육지구가 마을교육을 변화시키고 있다.


요즘 마을이 대세인 듯해요. 서울시나 교육청 모두 마을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죠. 하지만 마을이 무언지는 참 고민이에요. 금천구가 마을인가? 아니면 독산동이 마을인가? 하는 거죠. 저는 마을은 생활공동체라고 생각해요. 물리적 범위가 아닌 심정적 범위인거죠. 그래서 저는 혁신교육지구가 마을의 복원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학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


하지만 걱정도 있어요. 혁신교육지구가 마을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마을의 자생적 성장을 저해하지는 않는가? 하는 거죠. 또 하나의 걱정은 구청이나 교육청의 사업에 마을이 들러리가 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고민도 있죠. 진정한 파트너십, 거버넌스가 구축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