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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서 총대를 메고 가는 사람” -강혜승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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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대를 멘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찾기 힘든 사람이 바로 총대를 메는 사람이고, ‘쓸 데 없이’ 많은 이들이 훈수 두는 사람이라든가. 훈수 두는 사람이 많은 일은 산으로 가지만 총대 메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강혜승 참교육학부모회(이하 ‘참학’) 서울 지부장과 인터뷰를 끝내고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총대를 메는 사람’이었다. 10년 전, 구독하던 한겨레신문에서 교육활동가를 모집한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참교육학부모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그리고 10년의 시간을 학부모로서, 활동가로서 총대를 메고 교육 현장을 종횡무진 달려왔다. 
 ‘총대 메는 사람’들의 특징은 하는 일도 많다는 것이다. 그 역시 참학 서울지부장 직함 외에도 금천구 사회적경제 특구추진단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다.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 라는 취지의 특구사업이 안착하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가 강혜승 지부장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교육 문제 최전선에서 목소리를 낸 덕분에 크고 작은 성과도 컸다. 학부모가 부담할 필요가 없는 ‘초중학교 학교운영비’를 없앤 것도 참학이었으며 조희연 교육감을 당선시키는데도 조직적 힘을 보탰다.
  교육 문제라면 맨 앞에 서서 고민해왔던 강혜승 지부장은 올해 12월로 참학 서울 지부장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10년 동안 정신없이 다녀온 만큼, 이젠 숨고르기를 하며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그의 소회를 들어봤다.

 

Q. 참교육학부모회와의 인연은?

 

10년 전 쯤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였죠. 
마침 직장을 관두고 있었는데 그때 구독하던 한겨레신문에 활동가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어요. 그러니까 교육활동가 육성하려고 참여자를 모집한 거죠.
‘이거다’ 싶어서 지원했어요. 교육에 관심이 있었거든요.
아무래도 애들이 있다 보니 교육에 대한 관심이 안 생길 수가 없잖아요. 
그때 학교 학부모회 활동도 하고 있었거든요. 활동가 교육에 참여하면서
사람들을 만나 회의를 하고 모임을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러다가 참학에서 활동해보지 않겠느냐, 제안이 들어와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죠.

 

Q. 그동안 참학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참학이 내년이면 30년이 돼요.
아무래도 위상이 그때와 비교해 많이 커졌죠. 
당시만 해도 학부모 단체가 많지 않았어요. 지금은 다양하게 생겨나고 있지만.
다양하다는 건 그만큼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아졌다는 것일 수도 있고요.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 측면에서 학부모 요구와 우리와 결이 다를 때도 있다 보니까
더 힘들어진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참교육학부모회는 어떤 단체라고 할 수 있나?

 

참학은 창립 때부터 ‘교육 평등’의 원칙을 가장 앞세웠어요.
모든 아이들이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학생의 인권을 존중받으며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한마디로 행복한 아이들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종목표입니다.

 

Q. 10년 동안 참학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

 

가장 생각이 나는 건 무상급식 논쟁이었어요.
당시 무상급식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셌죠. 오세훈 시장이 무상급식을 하지 않겠다고 시장직을 걸고 무상급식 찬반 투표를 했습니다. 당시 ‘급식먹거리 네트워크’, ‘전국 풀뿌리연대’가 있었는데, 그들과 손잡고 나쁜 투표 거부 운동을 했어요. 
결국 오세훈 시장이 물러나고 보궐 선거를 통해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이 됐죠. 박원순 시장 덕분에 또 곽노현 진보교육감이 들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진보 교육이 한발 더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물론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으로 끝까지 완주하지 못했지만 서울시 교육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었다고 봐요.

 

Q. 곽노현 교육감에 이어 진보측 인사인 조희연 교육감이 당선됐고 재선에도 성공했다.

조희연 교육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선거법 위반에 발목이 잡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죠.
시간을 너무 많이 뺏겼으니까.
재선 때, 새로운 정책 공약을 내세우기보다 초선 때 핵심공약 위주로 내놨다고 봐요. 
아무래도 교육이 하루 아침에 되는 건 아니니까. 진보교육감으로서 선명한 아젠다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봐요. 최근 두발 자유화를 선언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면이 있어요.
교육청에서 현장 지도할 부분이지 굳이 선언할 필요가 있는 안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학교가 보수적 경향이 강하고 학생스러운 곳을 강조하는 측면이 많다보니까 상징적으로 선언한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진보교육감으로서 좀 더 근본적으로 분명한 교육정책을 내놔야할 것 같아요.
한편으로는 줄 세우기 대학 입시가 전체적으로 바뀌지 않고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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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래도 10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활동가로 활동해오며 보람도 느꼈을 텐데?

 

개인적으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것은 다른 시민단체와 연대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학교운영지원비를 폐지시킨 거요.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의무교육이고 무상교육이에요.
그러므로 학부모가 학교운영지원비를 낸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아요.
의무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인데, 그걸 알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다들 문제의식 없이 내라니까 내나보다 한 거죠.
 이 사실을 알고 당시 아이가 중학교를 다녔는데, 학교운영지원비 납부서가 오길래 거부했어요. 학교가 발칵 뒤집어 졌죠. 그렇게 폐지 운동을 시작해 결국 운영지원비가 초등과 중등 모두 없어졌어요. 분기별 약 6만원 정도였나, 그럴 거예요. 
많은 돈은 아니지만 바로 잡은 거죠. 

그리고 조희연 진보교육감 당선되는 데 힘을 보탠 것도 보람 있었어요.
곽노현 교육감이 선거법으로 낙마하면서 아쉬움이 컸거든요. 2014년, 2018년 여러 시민단체가 모여 함께 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조희연 교육감을 당선시키고 재선에도 성공했으니까. 
진보교육감을 통해 교육의 보편적 복지가 늘고 있고 무상교복까지 논의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끼죠. 시민단체들의 목소리를 통해 변화가 생기니까요.

 

Q. 무상교복의 경우 인천에 이어 얼마 전 경기도도 중학교에 한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서울은 아직 움직임이 없는데?

 

경기도도 교복을 현물로 지급하는 게 확정나는 걸 봤어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해요. 누군가 시도하고 선례를 남기면 이를 따라오는 이들이 생기니까요. 서울은 공약에 제안했으나 예산문제와 맞물려 쉽지 않았어요.
서울은 교육혁신지구를 진행하다보니까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거죠.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무상교육 실현을 위해서라도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줘야죠.
한편으로는 교복을 입히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교복 폐지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고....

 

Q. 마지막으로 10년 동안 활동해온 감회는?

 

 ‘그래도 10년 동안 알차게 잘 살았구나, 열심히 했구나. 이제는 좀 쉬어야하지 않겠니?’ 하는 생각이 들어요. “쉬어도 괜찮아!” 하고 나에게 얘기해주고 싶어요. 
이젠 앞에서가 아니라 조금 떨어져서 보고 싶어요. 사실 참교육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제가 많이 성장했어요. 누군가가 격려 한마디라도 해주면 신이 났어요. 많은 이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시민단체에 활동하는 이들을 애정을 갖고 바라봐달라고 하고 싶어요. 변화를 위해 고민을 하고 자신들의 시간과 땀을 희생하는 사람들인데, 편견을 갖고 바라보는 이들이 있어 속상하기도 해요. 그러지 말고 많은 후원과 관심을 가져주기 바랍니다.

Q.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강혜승에게 ‘참학’이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말하면 ‘친정’이죠.
참학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해왔고, 참학을 통해 사회를 바라봤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수많은 토론회와 회의를 통해 몰랐던 부분을 깨달았어요.
학습을 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고, 또 많은 시민단체와 연대하면서 성장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리고 사회변화에 동참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주었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감사해요.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회의에 참석해야한다고 했다. 올해 말 지부장직을 내려놓고 좀 쉬고 싶다고 했지만 여전히 바쁘다. 아마 지부장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마찬가질 것이다. 좀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는 그가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하다. 아마 그는 여전히 이 현장을 벗어나진 못할 것이다. 그게 ‘총대 멘 사람’들의 숙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