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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으로 만든 돼지파이 먹어볼래요?

본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감로천 생태공원(금천구 소재)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7살 남자아이가 체로 모래흙을 곱게 치고 있었다. 세상에~ 7살짜리 아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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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 줄 아는 아이들을 만나다

 

 그 옆에서 펄펄 날리는 먼지를 마시고 있던 동갑내기 여자 아이가 벌레를 주워내고 치라고 재촉을 한다. 7살 아이가 체로 모래흙을 치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 뭘 하고 있냐고 물었더니 돼지 파이를 만들려면 고운 흙이 필요하기 때문에 체로 치고 있다고 했다. 돼지 파이가 뭐냐고 했더니 그런 게 있단다.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흙을 체로 치는 방법을 어디에서 배웠냐고 물었더니 그냥 안다고 했다. 운동하러 나오신 할머니도 아이의 모습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계셨다. 돼지파이를 만들어 맛을 보여주겠다던 아이들은 금세 철봉 쪽으로 옮겨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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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들이 준비해 온 돗자리를 가져와서 자기들끼리 철봉 아래에 펼쳐놓고 철봉 꼭대기까지 재빠르게 몸을 이동해 갔다. 
 

 공동육아 모임 자발이네

 

 이 풍경은 금천구의 공동육아 모임인 ‘자발이네’의 둘째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다. ‘자발이네’ 전 대표인 도토리(여기에서는 별명으로 부른다.)에게 7살 아이가 체로 흙을 치는 방법을 어떻게 아냐고 물었더니 언니(누나), 오빠(형)가 노는 모습을 보며 자라 저절로 따라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아이들이 그냥 안다고 했던 말이 맞았던 것이다. 
 ‘자발이네’는 5살짜리 아이 엄마 다섯 명이 놀이터에 모여 같이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친해진 후, 서울시의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 사업에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만든 공동육아 모임이다. ‘자발이네’ 엄마들이 아이들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함께 공유하는 가치는 ‘놀이’이다. 특히 아이들은 자연(숲)에서 뛰어 놀며 자연스럽게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습보다 바깥에서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발이네’ 아이들은 사교육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바깥에서 놀다보면 멍들고 다쳐 꿰매는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체로 모래흙을 치며 먼지를 마셔도, 숲을 뛰어다니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에 옷이 젖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놀이를 통해 따뜻한 마음을 갖는 아이들

 

철봉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놀던 남자 아이 셋이 갑자기 숲으로 마구 달려가기 시작했다. 무슨 재미있는 놀이가 있어 저렇게 열심히 달려가나 싶어 열심히 따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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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으로 가는 평탄한 산책길이 있는데도 아이들은 굳이 돌길 위를 달려갔다. 한 친구가 돌길이 익숙하지 않아 조심스럽게 천천히 걸어가다가 일행을 놓쳐버렸다. 열심히 친구들을 찾다가 친구들은 보이지 않고 주변에 할아버지 몇 분만 보이자 다시 엄마들이 있는 정자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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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후에 앞서갔던 친구 둘이 일행을 놓친 친구를 찾아와 어디 갔었냐며 꼭 안아주는 것이었다. 순간 감동에 빠져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이들의 그 모습을 놓치기 싫어 재빠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아이들이 숲 속 여기저기를 뛰어다닐 때마다 ‘자발이네’ 엄마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볼 뿐, 걱정하는 기색 없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연은 놀이재료 창고
 
 오후 3시가 가까워오자 초등학교 4학년 언니(누나)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요즘 ‘자발이네’ 엄마들의 고민은 이제까지 숲에서 잘 뛰어 놀던 첫째 아이들이 4학년이 되면서 숲 놀이에 약간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늘은 도토리가 초등학생 언니(누나), 오빠(형)를 위해서 톱과 나무 원통을 준비해 왔다. 톱으로 원통을 잘라 아이들과 같이 뭐라도 만들어 보려는 심산이다. 나무 원통은 산에서 주워온 채로는 바로 쓸 수가 없기 때문에 미리 햇빛에 며칠간 말려뒀다가 가져왔다는 얘기를 들으며 아이들의 놀이를 위해 엄마들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톱질을 해 본 적이 있냐고 했더니 지금 가르쳐 주면 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도토리는 주저하는 기색 없이 톱질 시범을 보여주며 누구든지 톱질하고 싶은 사람은 해 보라고 권유한다. 아이들은 서로 “저요, 저요.”를 외치고 있다.

 

 부모님들의 소신있는 교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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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과 함께 숲에 나온 ‘자발이네’ 엄마들 틈에 아빠(별명 : 흰 고래) 한 명이 보여 신기한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벌써 여기에 나온 지 3년이 되었네요. 제 직업이 좀 자유로운 편이라 일하는 아내 대신에 아이와 함께 자주 나와요. 자연에서 놀며 또래와 어울릴 수 있어 아이에게 참 좋아요. 누구든지 개인적인 볼일이 있을 때는 ‘자발이네’에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으니 그것도 좋고요. 제 아내가 ‘자발이네’의 교육 방식을 마음에 들어 해서 인천에서 이사까지 오자고 했어요.”   
 직업이 자유로운 편이라 함께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흰 고래가 더 대단하게 보였다. ‘흰 고래’네 가족뿐만 아니라 ‘반짝이’네 가족도 ‘자발이네’ 교육 방식을 좋아해 안양에서 이사까지 왔다고 한다. 이렇게 삶의 터전까지 바꾸어가면서 ‘자발이네’와 함께 하는 것을 보며 ‘자발이네’의 숨은 저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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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래 아이들은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이며 수학이며 사교육을 받는다고 정신없을 텐데, ‘자발이네’ 아이들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할까봐 걱정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옆에 있던 엄마(별명 : 용타)가 7살짜리 아이가 쓴 메모 하나를 보여주었다. 한글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는데, 초등학교 4학년 언니가 동화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 한글을 깨쳐 이런 편지를 써 주었다는 것이다. 우와! 엄청나다. 아이들은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나이에 맞는 학습 능력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 정도로 충분히 증명되지 않을까?

 

 역시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