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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랑 마을이랑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자치구청, 교육지원청, 지역사회,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기록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온마을 유랑생활, 이쯤이면 성공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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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은 잎새 사이로 누런 이삭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짬자면처럼 백미 반, 흑미 반의 텃논. 아이들은 매주 이곳에서 벼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도 검은 벼에 검은 쌀이, 초록 벼에 흰 쌀이 맺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유랑민처럼 학교 주변을 거닐며 매일 달라지는 자연의 신비를 느끼는 건 천왕초 온마을 방과후라서 가능한 행운이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학생수 폭증으로 5개의 돌봄 교실에 입급하지 못한 대기자의 불운이 온마을 방과후라는 대안을 창조해냈다. 

 

불운을 딛고 마을 돌봄을 책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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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은 도서관에 모인다. 학교 공간이 부족하여 독립된 거점 교실도 없어 도서관에서 일과를 시작한다. 3월엔 그야말로 난장이었다. 여기저기 애들 잡으러 다니거나 울고 불고 떼쓰는 아이들 달래느라 하루가 바빴다. 그렇게 보살핀 아이들이 하나둘 돌봄교실의 빈자리로 들어가고 지금은 10여명이 남았다. 이들은 온마을 교사와 함께하면서 발도르프 수공예, 생태텃밭교육, 놀이수학, 전래놀이, 책놀이 등의 활동을 한다. 놀이터와 운동장으로, 학교 뒷산 자락의 텃밭과 텃논으로, 학부모회실을 빌어쓰기도 한다.  
텃밭의 상추가 자라면 삼겹살을 구워먹고, 수박과 참외가 익으면 과일화채를 만들어 먹었다. 직접 재배한 뿌듯함에 고사리 손으로 학교 선생님 손을 끌어다 기어이 삼겹살 한 쌈을 입에 넣어드리고야 흐뭇하게 웃는다. 아이들은 학교 담장의 경계를 허물고 학교와 마을의 울타리 안에서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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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울 엄마, 선생님 되기

공간문제로 인한 유랑생활에도 불구하고 온마을방과후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데는 ‘마을교사’가 한몫했다. 엄마라는 이름대신 베짱이, 해라바기, 토리, 산들바람 등의 이름으로 불리며 아이들 옆을 지키는 이들이다. 마을결합형학교의 일환으로 2년 전부터 진행한 마을교사 양성과정은 한 아이의 엄마를 천왕동의 엄마로 거듭나게 했다. 그 과정은 ‘좌충우돌 울 엄마, 선생님 되기’ 쯤? 
발도르프수공예, 생태, 전래놀이, 책놀이, 놀이수학, 보드게임의 영역에 15여명이 활동한다. 그 중 발도르프 수공예는 1, 2학년 교육과정과 결합하여 마을교사가 손뜨개 및 대바늘뜨기를 가르친다. 2학년은 대바늘뜨기로 예쁜 머리핀을 만들었다. 남학생들은 엄마께 선물이라도 할 법하지만, “제가 만든 핀 예쁘죠? 소중하게 만들어서 제가 갖고 싶어요.”라며 핀으로 올린 머리를 내민다. 
온마을 방과후가 저학년의 돌봄을 책임진다면, 마을방과후 활동은 전문 영역별로 운영된다. 생태텃밭교육, 발도르프 수공예, 천왕 뮤지컬, 친환경요리교실 등은 학교나 마을 공간을 활용한다. 지난 6월에 공연을 올린 천왕 뮤지컬부는 어느덧 중학생이 된 선배들과 함께 무대를 꾸미기도 했다. 특히 생태텃밭 방과후를 담당하는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된 생태텃밭 동아리는 '서울평생학습축제'에서 우수 동아리로 수상을 하고, 사례발표를 하였다. 마을방과후는 학교방과후와 통합 운영되며, 방과후 업무의 마을이나 협동조합 이양을 준비 중이다.
 

원하면 이루어진다, 마을방과후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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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3일 프로야구 넥센의 고척돔 마지막 경기. 마을방과후 특강에 모인 스무 명의 아이들은 야구공이 푸른 잔디를 가르며 쏟아오를 때마다 환호를 쏘아 올렸다. 3시간 남짓 목이 쉬어라 응원하고 와서는 8:0의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이날도 2명의 마을 강사가 동행했다. 가을이 깊어질 즈음에는 별빛달빛동생캠프가 예정되어 학교에서 독서의 계절에 걸맞는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마을방과후에서 기획하는 특강은 학교나 가정에서 소화하기는 힘든 체험 활동을 대신하며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춘다.  
부모가 자녀들의 모든 발달 과정을 돌보기 힘든 시대에 마을의 이름으로 손을 내밀었다. 실상 마을방과후 활동은 짧지만, 그 인연이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준다. 마을방과후가 마을 맞춤형으로 흑미 반, 백미 반의 텃논처럼 각양각색 아이들에게 제 색의 옷을 입혀주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