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서울미래교육지구의 궁금한 사항을 검색해보세요.

학교랑 마을이랑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자치구청, 교육지원청, 지역사회,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기록들을 모아놓았습니다

“말 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 한울중학교 ‘OO교실’

본문

 'OO교실'로 불리는 한울중학교 희망교실

 

 재미없는 얘기고 뻔히 알고 있는 얘기지만 그래도 적어보자.
 서울시에 따르면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이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 2016년 기준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1만 1144명이고 이 중 학교 부적응으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은 4116명에 이른다. 그러니까 학업을 중단한 학생 중 36.9%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떠난다.
 호기심 많고 에너지 많은 청소년들에게 하루 1/3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하는 학교가 재미있을 리 만무하지만 '기어이' 학교를 떠나고야 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입시지옥, 성적 위주의 교육... 뻔한 레퍼토리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고질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는 변한 게 없나 보다.
 한 교실 30명 가량의 학생들의 바람을 다 맞춰줄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나오기란 불가능하다 쳐도 이제는 학생들의 특성을 최대한 품어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교육의 다양성이 절실한 때임은 분명하다. 그럼 공부가 전부인 교실이 아니라 다양성을 품어 줄 수 있는 교실은 어떤 교실일까? 정답이 뭔진 모르겠지만 아마 한울중학교의 '희망교실'이 대안이 될 지도 모르겠다.

 

 한울중학교 '희망교실'은 금천구사회적경제 특구사업 '학교에 사회적경제를 더하다' 일환으로 진행된 일종의 '대안 교실'이다. 말 그대로 모든 학생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현 교육시스템의 한계를 학교 안에서 극복해 보자는 취지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교실이다. 그래서 공식적으로는 '희망교실'이라고 부르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OO 교실'로 통한다. 어떤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프레임이 만들어지므로 어떤 틀에도 가두지 말자는 의지가 담겼다.

 

사진1.jpg


 
 이 'OO 교실'은 매주 3일 2시간씩 이뤄진다. 원하는 학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학년도 상관없다. 현재 6명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1학기에는 중1 학생 넷, 중3 학생이 1명이었고 2학기엔 중1 학생 여섯명. 학년이 달라서 서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했으나 기우였다. 3학년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1학년을 잘 보살펴줬고 1학년들도 스스럼없이 잘 따랐다.
 'OO 교실'에서 만큼은 모든 게 학생들이 주체가 돼 이뤄진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수업시간표를 짤 것인지, 교실의 규칙 정하기, 이름 정하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이 정한다.
 '금천구사회적경제 특구 연구모임'에서 제안해 놓은 다양한 프로그램들(뮤지컬, 수공예, 공정무역, 요리, 스포츠, 드론, 생태, 심리상담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해당 기업들이 직접 학생들 앞에서 커리큘럼에 대해 브리핑하면 학생들이 의논 후 수업을 선택했다. 철저히 수요자 중심의 수업이다.

 

 그렇다고 선생님이 없는 게 아니다. 교실에는 ‘공간지기’라는 담당 선생님이 있다. 지역 주민 활동가가 이 역할을 맡고 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짜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돕는 것이 선생님의 역할이다.

 

사진2.jpg


 
 자율적 활동으로 꿈과 끼를 싹틔워요

 

 모든 게 학생들이 주체가 돼 하다보니 'OO교실'에선 학생들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심지어 담임 선생님도 모르는 학생들의 끼를 발견하기도 한다. 수업시간에 조용한 아이로만 알려졌던 중1 남학생 A는 이곳에선 래퍼로 통한다. 깜짝 놀랄만한 실력으로 학생들의 박수를 받았다. 또래 여학생 B는 부끄러움이 많아 처음 왔을 때 자기소개조차 하지 못할 정도였으나 이젠 수업 시간에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데 스스럼이 없어졌고 글쓰기에 재능이 있어 뮤지컬 대본도 완성했다.

 

 이같은 변화가 바로 '희망교실' 7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우리랑가협동조합 이영미 이사장은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하는 것도 큰 교육이라고 말한다.

 

"선생님들이 (희망교실에) 와서 직접 봤으면 좋겠어요.
조용하고 말썽을 안 일으킨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니잖아요.
수학 공식 하나 더 배운다고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고,
스스로 선택하고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도
큰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OO 교실'

 

 'OO 교실'을 통해 학생들이 자율성을 체험하고, 스스로 존중받고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배울 기회를 갖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다만 처음이다 보니 아쉬운 점도 많다.

 

 한울중학교 대안교실 담당 선생님은 " 해 처음 시작한 것인 만큼 준비과정이 조금 부족했을 수도 있다. 선생님들과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올해 하반기에는 담임 선생님들과의 간담회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런 자리를 통해 희망교실의 취지와 필요성을 함께 공감하려고 한다. 더불어 희망교실에 들어오고 싶으나 입시라는 제도로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망설이고 있는 부분도 함께 고민하고 방안을 찾는 것이 지금의 우리의 고민이다. 내년에는 학기 초에 학생, 학부모 대상 설명회도 진행하려고 한다" 고 이야길 전했다.

 

사진3.jpg


 

 선생님의 말처럼 무엇보다 학교와 학부모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대안교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학교 교과 수업'을 벗어났다고 해서 대안 교실에 대한 편견을 가진 시선도 여전하다. 이 같은 인식을 깨기 위해서라도 좀 더 다양한 'OO 교실'이 필요하다는 게 특구추진단 참여 교육 기업들의 주장이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정규수업을 빠지면서까지 대안교실을 참여해야할까,
하는데 의문을 갖고 있어요. 
모든 학생들이 교실에 있다고 해서 수업에 참여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학생들은 교과 수업보다 더 절실한 게 있다는 거죠.
교실 안에서 충족할 수 없는 부분, 학교에서 미처 못 보는 부분들을
대안교실에서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려면 더 다양한 'OO 교실’이 필요해요.
그게 꼭 학교 안 교실이 아니어도 돼요. 오히려 한계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으로 나가서 OO 교실을 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4.jpg


 
 한마디로 지금 우리 자녀들에게 '뭣이 중한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OO 교실'이 지속성을 가지려면 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데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