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서울미래교육지구의 궁금한 사항을 검색해보세요.

학교랑 마을이랑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자치구청, 교육지원청, 지역사회,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기록들을 모아놓았습니다

돌봄이 있는 구로 마을학습생태계

본문

어느 서점에 걸린 시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박힌다.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 김사인 조용한 일중에서


 


아침에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면 그냥 고맙다. 점심시간 맞춰서 밥 먹으러 온 학생들도 학교에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맙다. 5교시 대안교실 시작에 맞춰 자유분방한 사복을 입고 뽀얗게 화장하고 등교한 학생을 보면 교복은 입고 오자고 한 마디 하지만, ‘밤새 별일이 없었구나!’ 안심이 된다.


요즘 부산과 강릉에 이어 천안까지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청소년 범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청소년들의 잔혹한 폭력이 학교 밖에서 날로 증가하고 지역화, 광역화되어 가고 있다. 학생들이 학교를 마치고 교문을 나서는 순간, 지역 곳곳은 학생들의 놀이터이자 학습의 장이 되지만, 그 곳에는 건전한 놀이문화도, 안전한 놀이시설도, 어른들의 관심도 부족하다.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마을학습생태계를 조성하자.


2009 개정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학교 수업이 지역사회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었고, 자유학기제와 혁신지구사업이 활성화 되면서 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학습공동체는 지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지역과 학교는 서로를 알아가며 지역의 자원과 학교교육과정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노력을 꾸준히 해왔고, 1학교1문화예술사업, 마을결합형 교육과정 등이 도입되면서 마을의 강사들이 학교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1.jpg


<학교 옆 뜨개방에서>


 우리학교도 3학년은 1학기 연극, 2학기 뮤지컬 수업, 마을지도만들기를 마을 강사들이 담당하고 있고, 2학년 독서 수업은 고척도서관과 한옥도서관을 연계한 마을강사의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1학년 주제선택활동, 예술체육활동 등의 자유학기활동에는 더 많은 마을의 자원이 활용되고 있다. 특히, 부적응학생의 건강한 성장과 정서적 안정을 돕는 대안교실 프로그램은 동네의 뜨개방, 목공방, 도예방 등을 활용하여 운영하고, 사진 프로그램은 온마을이 사진의 배경이 되고 있다.


이제 마을의 자원과 연계된 학교교육과정 운영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자유학년제 확대, 혁신지구사업의 활성화, 2015개정교육과정이 시행됨에 따라 지역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은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는 마을학습생태계로서 더 활발하게 작동되어야 한다.


 


돌봄이 강화된 마을학습생태계를 조성하자.


우리 학교에는 방과후 프로그램-저녁식사-저녁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솔마루공부방이 운영되고 있지만,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은 15명 정도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교를 벗어나려고 한다. 그러나 학교밖에는 학생들이 갈만한 장소가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우리 학교 인근에 구로여성회가 운영하는 함크(마을에서 함께 크는 아이들)’라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방과후에 노래방, pc, 거리를 전전하는 아이들에게 건강한 쉼의 장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구로지역에는 함크와 같은 청소년 놀이터가 더 많아져야 한다. 노래부르고 싶을 때 노래방 대신에 놀이터에 가서 1,000원만 내면 놀 수 있고, 친구 생일파티를 하고 싶을 때 놀이터에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축하파티를 열고, 저녁 시간에 댄스 연습을 하고 싶을 때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는 곳. 청소년운영위원들이 주체가 되어 지역 청소년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운영하는 놀이터가 필요하다. 청소년의 건전한 놀이문화를 선도할 수 있는 이러한 청소년놀이터를 지역 학습공동체의 힘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물론 어느 지역이나 청소년수련관, 문화의 집, 지역아동센터, 복지센터, 문화예술시설 등 청소년을 위한 공통된 지역 시설들이 잘 조성되어 있고, 각 부처에서 제공하는 공부방, 아이돌봄 서비스, 방과후 아카데미 등 지역의 방과후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설과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양적 확대는 이루어졌지만, 공급자 중심으로 접근함으로써 지역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활용도에 있어 분명 한계를 지니고 있다.


지역 학습생태계는 이제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학교 학부모회에서는 구로구청에 특별한 구로만의 학교 설치를 제안했다. 강제전출을 다니는 부적응 학생들을 다른 지역으로 퍼내는 것을 멈추고, 구로지역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자는 것이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만을 위한 교육과정을 스스로 짜고, 협동과 배려를 배울 수 있는 여행수업도 친구들과 함께 기획하고, 미래 설계를 위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발상이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이 쉽지 않음을 알면서도, 이것이 구로의 아이들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기에 학부모들의 무모한(?) 도전은 시작되었다.


 


22.jpg


<고척근린공원 밥차에서>


오늘은 고척근린공원에서 청소년을 위한 달빛밥상밥차가 운영되는 날이다. 구로구청의 일부 지원과 지역 주민들 몇 분의 십시일반으로 운영되는 밥차는 매월 셋째 주 목요일 6시부터 10시까지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밥을 제공한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하여 지정가를 비롯한 학부모 몇 분과 함께 봉사활동을 나갔다. 돼지불고기 덮밥에 콩나물국, 포도가 제공되고, 열쇠고리 만들기, 타로 상담, 투호 등의 놀이마당이 열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밥을 매개로 지역주민들과 아이들 사이에 따뜻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복지학교와 혁신학교를 운영하며 지역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하여 어려운 학생에게 많은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편으로 학생들이 받는 것에만 익숙해지는 것을 염려하여 지역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벌써 2년째 되는 산사모와 함께 하는 능골산 봉사활동도 매월 50여 명이 참여하고, 치매지원센터의 1가족1독고노인 결연 봉사활동도 다섯 가족이 꾸준히 하고 있으며, 천사나눔학교 기부도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을 통해 우리 마을은 더 따뜻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작년에 대안교실 사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찍은 사진과 글이다.



33.jpg




나를 중심으로 쭉 뻗어 있는


오래된 기찻길


 


마치 나란 사람을 기준으로


모든 세상이 돌아가는 듯하다.


 


기찻길,


지금은 힘들어 하는 나에게


앞으로 희망이 생길 것이라 알려 준다







우리 아이들이 힘들고 고달플 때, 마을 곳곳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마을은 바로 그런 곳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