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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교시스템 만들기에 재도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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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강남의 혁신학교 만들기에 반대를 하고나선 학부모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진 허상인가? 실상인가? 아니면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까? 인간의 생각은 각자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조너선 화이트는 바른 마음을 가진 인간사고 형성에서, 큰 뇌를 가진 동물로 이미 인간으로 형성된 과정에서 만들어진 부분이 있지만 이는 고정된 사고가 아니라 변화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실을 이해하는 과정은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형성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자신이 속한 그 구성원들과 함께 튀지 않는 행동을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스카이캐슬 드라마를 보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는 마을에 새로운 생각을 가진 사람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파장을 일으킨다. 새로운 경험을 하는 과정은 누구나 어려움과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그 과정 속에서 결국 모두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다.
처음엔 스카이캐슬이라는 제목만 보고 나는 드라마 보기를 거부했었다. 대학입시제도와 학력문제, 학벌문제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으로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서 시청하기 시작했고, 스카이캐슬이 주는 시사점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두 열심히 드라마를 봤지만 그 드라마를 보고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 다를 것이다. 사교육시장을 더 강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에 접하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치열하게 사는 아이들의 힘듦을 느껴보기도 했을 것이다.


 


요즈음 ​우리는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등 혁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말을 많이 듣는다. 혁신과 개혁과의 차이점을 이야기하면서 하나둘 바꾸는 방식이 아닌 패러다임의 변화를 혁신이라고 말한다. 많은 혁신학교가 그렇게 느껴지지 못해서 아쉽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도 바뀌고자 노력하고 있고, 어느 학교는 서서히 바뀌고 있기도 하다. 바꾸고자 하는 그 선택을 하는 순간부터 아주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나는 올해 서울항동초등학교에 지원을 했다. 혁신학교에 있다가 일반학교에 정기전보로 옮긴 후 다시 혁신학교를 갔다. 개교하는 혁신학교를 두 번이나 간 것이다. 원래 다니던 학교에 갈 것인지 고민을 잠깐 했었지만 바로 간다는 결정을 했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걸까?


어떤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것일까?


 자란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불안한 미래 때문에 아이들 걱정을 더 하게 되고 그 불안한 심리가 문화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우리 아이들은 드라마에서처럼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기어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된다.


 


내가 다시 혁신학교에 온 것은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가 교사로서의 보람까지 이어진다는 경험 때문이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왜 가르치느냐? 무엇을 가르치느냐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주어진 교과서와 지도서 등이 나에게 중요한 기준이고 지렛대였다. 누군가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특별한 시간에 한 것이었지 주요 과목을 포함해서 재구성한 경험은 없었다. 어떻게 잘 가르칠 수 있냐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수업 준비는 교사의 일이다. 혁신학교에서는 그 준비를 함께한다. 동학년 교사가 모여서 수업을 함께 준비한다. 단원의 제목이 주제가 되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제재에 더 알맞은 표현을 붙여서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 주제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가지고 함께 이야기하면서 내용을 정하고 차시를 나누고 자료를 찾아가면서 주제를 연결한 다양한 활동까지 포함이 된다.
이렇게 정하고 나면 수업은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다시 재구성되고 소화되어 아이들과 마주하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튀어 나오기도 한다. 혹시나 생각을 잊을까하여 메모도 한다. 주제는 한 달에 한 번씩 바뀌기도 하고, 한 학기에 두 개의 주제를 다루기도 한다. 사회와 과학에서 주제를 정하면 국어와 미술, 음악, 체육까지 자연스럽게 주제 속에서 만들고 연주하기도 하고, 몸으로 나타내면서 과목이 연결되고, 성취수준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의 배움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한다. 지금까지 했던 것과 다르게 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혁신이란 더 그렇다.


 


이러한 학교에서 새로운 경험을 위한 전제조건이 혁신학교의 시스템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다시 혁신학교를 찾은 이유다. 경쟁보다 협력을 하는 것이고,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가 혁신학교라고 할 때 이 과정이 교사를 교사답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 수업이 가장 중요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혁신학교이다.


 


강남에 있는 어느 학교 앞에서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학부모님을 보면서 옆에 계신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혁신학교는 선생님 참 힘든 학교인데, 선생님이 더 힘들게 준비해서 정말 힘든데, 싫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