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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랑 마을이랑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자치구청, 교육지원청, 지역사회,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기록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삶과 함께하는 교육, 마을에 있다

본문

도시에서 친환경적 농축산물 생산 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선생님, 감자 더 캤어요!”
6월 21일 하지 무렵, 학교 상자 텃밭에서 감자를 캤는데 아이들이 텃밭을 꼼꼼히 더 파내, 점심시간에 벼 낟알 같이 작은 감자를 가져왔다.
“와~ 파느라고 고생했어. 이건 집에 가져가서 먹어!”
그 다음에도 몇 명이 열심히 두더지처럼 텃밭을 파서 감자를 들고 왔다.
나는 천왕초에서 초등 5학년 실과를 2015년에 이어 가르치고 있다.
실과 2단원 ‘생활 속의 동식물’ 단원에는 농축산물의 친환경적인 생산, 이용에 대해서 나오는데 우리 학교는 개교 때부터 감자를 재배하여 4단원 ‘건강 간식 만들기’ 주제와 재구성하여 요리 실습을 해왔다.
그런데 도대체 도시에서 농축산물의 친환경적인 생산을 어떻게 가르치라고 이런 교육과정이 나왔을까? 지방 학교에서조차 기르던 닭을 AI 때문에 없애야 할 판에 도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삶에서는 가치 있는 내용이지만, 도시에 있는 우린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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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과정과 아이들의 삶이 만나야 한다. 

 

나는 우선 친환경 인증 마크의 의미를 배우고 요리 실습 재료를 구로 지역 생협과 학교 앞 친환경 식품점에서 구입하여 이용했다. 아이들끼리 토의하여 선정한 감자 요리의 레시피를 스마트폰에서 찾고 서로 협력하며 멋진 간식을 만들었고 어린이들은 “이제 감자 요리엔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흐뭇해한다.
‘마을교육’이라고 하면 교육과정과 무관한 외부의 컨텐츠나 강사를 활용하여 이벤트처럼 생각하는 교사들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이미 초등 1~3학년 통합교과의 ‘이웃, 마을’ 주제와 사회 지역화 교육과정은 마을을 떠나서는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온전한 마을교육과정이다.
근대 사회의 산물인 학교-국가교육과정은 학생의 삶과 유리된 지 이미 오래인 관계로 학생들의 일, 놀이, 학습과 학교교육과정의 일치가 쉽지 않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농경사회 대가족과 마을의 구성원들이 교육의 평등한 주체로 기여했던 공동체를 복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학교가 모든 배움을 독점할수록 이러한 분리는 더욱 깊어질 것이다.

 

‘마을의 교육 가능성을 구현하는 것’이 마을학교라면 배움에 대환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교사가 교과를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고 보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마을학교는 학교교육의 연장 혹은 보조 수단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학교교육 중심’의 패러다임에 갇힌 교육적 상상력을 해방시키는 것, 그래서 마을의 교육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에서 마을학교가 시작된다.

-『마을 학교, 성미산학교의 마을 만들기』, 성미산학교 지음, 교육공동체 벗(2016)


 

교사-학부모-마을주민이 함께 모여 마을학습공동체를 만드는 학교를 꿈꾼다.

 

삶의 교육을 위한 생태 텃밭 교육은 이제 서울 시내 상당수의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다. 천왕초는 올해에는 구로구청에서 땅을 빌려 텃논을 만들고 거기서 백미와 흑미를 재배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손모내기를 하고 단오떡을 나눠 먹고, 가을에는 추수의 기쁨도 나누려고 한다. 정해진 시간에 퇴근하고, 마을에 살지 않는 교사들이 이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생태 교육이나 농업에 관심 있는 마을의 학부모와 주민들이 함께 하고 그러한 노력들이 연구 동아리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교사만 전문학습공동체를 하는 게 아니라 학부모와 주민들도 학교가 할 수 없는 삶의 교육을 위해 연구하고 교육에 동참 하는 것, 이것이 마을교육생태계 조성의 출발점이다. 
천왕초의 경우 생태 텃밭 동아리, 발도르프 수공예(의생활), 친환경 요리(식생활), 전래놀이(놀이생활), 책놀이(기초 국어), 수학놀이(기초 수학) 등 학부모 및 주민 학습공동체가 마을 강사 양성과정을 거쳐 마을 강사단으로 구성되었고, 최근에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 동아리도 만들어졌다. 마을에서 교육 마인드가 있는 믿음직한 어른들이 마을교사라는 이름으로 어린이 청소년들과 전면적으로 만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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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을 연계 교육과정 지원을 위한 학교협동조합이 필요하다.

 

마을 강사단의 규모가 확대되면 학교의 정규 및 방과후 교육과 연계하는 일이 복잡해져서 이를 주관하고 협의할 사업단의 필요성도 커진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학교협동조합’이 그 해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혁신교육지구나 마을공동체 사업이 마을 자원을 소모품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살아 움직이는 마을교육 생태계 조성을 지향하는 다양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