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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랑 마을이랑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자치구청, 교육지원청, 지역사회,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기록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아빠를 기다려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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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초등학교 4학년인 수호(가명)는 방과 후 초등학교 2학년인 여동생과 밤 11시에 귀가하시는 아버지를 기다립니다. 작은 손으로 아버지가 출근하시기 전에 손수 준비해주신 밥과 반찬을 꺼내어 밥을 차리고 여동생과 마주앉아 먹는 식사는 언제나 그렇듯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남매는 그렇게 식사 후에는 마냥 아버지를 기다리며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모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수호의 부모님은 베트남이라는 거리와 국경에 상관없이 사랑에 빠지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머님의 오랜 우울증으로 매일이 행복하지만은 못했습니다. 또한, 수호의 아버님은 지적장애 3급이며, 어머니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두 달 전 모정신병원에 입원중입니다. 아버님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의류 수선을 하는 곳에서 보조로 일을 하고 있으며, 오전 9시부터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일을 합니다. 고되기만 한 일상에도 아버님은 일을 쉴 수가 없습니다. 다달이 지급해야하는 빚의 원금과 이자, 부인의 병원비까지 아버지가 짊어진 무게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마치자마자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걸음을 조금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수호는 초등학교 4학년 임에도 한글을 잘 읽지 못하고 발음도 부정확하여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음을 3학년 때부터 학교의 상담사가 발견하여 학교에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말을 잘 못하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렇기에 수호는 말보다 몸이 더 빠른 학생이었습니다. 학교상담만으로는 수호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상담사의 판단 하에, 수호는 그렇게 영등포교육복지센터와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수호를 만나러 가는 첫날! 폭력성이 있고 산만하다고 들은 것과는 달리 수호는 또래보다도 작은 아이였습니다. 낯선 사람에게 자신이 매우 괜찮은 아이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똑똑한 척 뽐내던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지어집니다.


곧 수호를 위한 통합사례회의가 진행되었고, 가장 먼저 심리정서적인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영등포 관 내 심리정서기관인 한신플러스케어에 종합심리검사를 의뢰하였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님을 위해 영등포교육복지센터에서 동행하여 세심하게 안내를 해드렸고, 인지적인 치료가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소견에 따라 인지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수호아버님께서는 치료는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선뜻 그렇게 하시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셨습니다. 저희 센터는 이러한 아버님의 마음을 이해하고 수호가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동주민센터에 바우처를 신청하여 치료비를 지원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수호 아버님께서는 미안한마음을 표정에 한껏 담아서 표현하셨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수호를 위한 영등포의 노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방과 후 아버님 만을 기다리던 남매를 위해 아픈 어머님을 대신해서 챙겨줄 수 있는 손길이 필요했습니다. 학교에서 가깝고 남매가 함께 방과 후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공부방을 연계하여 식사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남매는 여전히 아버님의 퇴근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지역의 여러 자원의 발굴하고 지역 여러분들의 도움 및 학원 원장님들의 협조를 받아 수호남매에게 피아노와 태권도학원을 다닐 수 있도록 연계하였고, 감사하게도 태권도 학원을 마치면 안전하게 집까지 귀가할 수 있도록 차량지원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의 귀가 시간과 아버님의 귀가 시간이 동일하여 더 이상 수호 남매는 아버님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영등포교육복지센터는 학교와 지역과 기관들의 유의미한 소통을 통해 우리의 아이들을 지역 안에서 더욱 건강하고 따스하게 품어 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내 아이처럼! 내 가족처럼! 영등포는 그렇게 오늘도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사랑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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