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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詩기, 청소년 詩기

본문

이미지나 느낌을 자극해서 감성을 불러일으키고 풍부하게 해주는 詩는 상처 받은 청소년의 정서를 매만지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강렬하면서도 간결한 인간 본성의 언어인 詩는 상처 받은 청소년의 정서를 매만지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 강렬하면서도 간결한 인간 본성의 언어인 詩는 진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정신적 고통과 갈등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에 충분했다. 아이들의 실체, 그 상처의 실체에 다가가기에 詩라는 도구는 가장 부드럽고 연했으며 강렬했다.

시를 꺼내는 과정은 명상의 과정과도 유사하다. 자신의 상처를 끌어내고 다듬는 과정에서 침전하는 그것들을 시어로 문장으로 적어 내려간다. 이런 과정의 반복 안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 과잉 혹은 무딤에 대해 들여다보게 된다. 생각은 자유롭게 확장되지만, 생각을 문장으로 꺼낼 때는 스스로의 논리에 무게를 견주고 꺼내놓기 때문이다. 이 과정은 내적 상처의 우물에 빠지기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종의 마음 훈련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또한 또래가 시를 끌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도 한다. 따돌림을 받는다는 두려움이 본 과정을 통해 타인 속에서 ‘자발적 소외’를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자아로 전환되기도 한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 이성보다 감성에 집중하는 청소년의 시기는 어쩌면 詩기이기도 하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감성이 이성으로 기울고 어른스럽게 변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돌보거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을 등한시하게 된다. 달리 말하면 청소년 시기에 만나는 詩는 그냥 詩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시기 중 예술가의 기질과 가장 유사한 청소년 시기의 상처는 예사 상처가 아닌 것이다. 자신과의 대화이고, 타인과의 대화이며, 세상과의 대화이다. 그 안에서 내가 허용한 문장인 詩는 ‘부드러운 소통’의 힘을 알려주는 유정한 도구이다. 이때 익힌 감성의 언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표면적인 언어와는 또 다른 결로 자리한다. 살면서 겪을 고통과 기쁨에 충분히 젖어드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다.

그렇게 상처는 예술의 씨앗이 된다.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내 상처가 내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알아챈다. 나아가 상처가 예술로 승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예술과 상처 그 둘이 참 좋은 벗이라는 걸 느끼곤 한다. 아이들이 쏟는 눈물이 마음을 후빌 때가 많지만, 그 눈물이 문장으로 돌아와 반짝이는 걸 보면 상처가 영 밉지만은 않다.
 

詩테라피를 통해 긍정적 효과를 본 청소년들은 또래의 상처에도 관심을 갖는다. 상처를 담았던 아이들이 상처를 품은 타인을 이해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게 아프고도 시원한 여정을 거쳐 낸 아이들의 詩를 다시 엮었다. 2014년 ‘내일은 끊을게’를 첫 시집 이후 ‘이기미칫나’ 시집은 두 번째 엮음이다.

 

실은 詩테라피를 통해 내가 더 큰 치유를 받는다. 아픈 아이들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마음과 달리 해마다 詩테라피의 인연 속에 담아낼 수 없어 그저 놓치고 마는 아이들이 늘어간다. 詩를 통해 가슴이 詩원한 아이이길 바라는 한편, 그저 밝고 기쁘게 덜 힘들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 또한 크다. 지난 십 년 간 詩테라피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문학 혹은 예술을 전공하여 다시 지역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적자원의 선순환, 그 따뜻한 온기가 아랫목 군불처럼 마을 곳곳에 조금씩 퍼지는 중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가시투성이였다. 아프지만 가시투성이인 아이들 속으로 성큼성큼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가시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말들이 때론 내게 들려주는 말일 때가 많다. 그렇게 나도 아이들도 서로의 가시를 뽑아 행을 만들자, 그것들이 모여 연이 되고 곧 詩가 되었다.

 

더 이상 가시는 흠이 아니다, 詩가 되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도 된다. 詩, 문학 나아가 예술이 피어나기 가장 좋은 토양이 바로 여기, 가시를 품은 아이들 곁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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