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검색서울미래교육지구의 궁금한 사항을 검색해보세요.

학교랑 마을이랑 어린이 청소년이 학교와 마을에서 삶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시, 서울특별시교육청, 자치구청, 교육지원청, 지역사회,학교가 함께 참여하고 협력하여 학교-마을교육공동체를 실현하고자 노력한 서울형혁신교육지구의 기록들을 모아놓았습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본문

1년의 기다림 끝에 만난 벼랑 끝 아이들

 

1년 전 학교선생님으로 부터 ‘ 지역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누군지 잘 모르겠으니, 알아봐 달라’는 제보를 받았다. 지역의 다른 기관과 상담기관에 문의했지만 ‘말해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던 중 구청 희망복지팀에서 금천교육복지센터 프로그램 중 하나인 가정경제 멘토링을 요청하고 싶다는 의뢰가 들어왔고, 알고 보니 1년 전 학교선생님이 의뢰한 바로 그 아이들이었다.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학교 다니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가정 내 폭력상황으로 엄마는 정신병원에, 아빠는 구치소에 있는 상황이었다.

 

가정방문을 갔을 때 다행히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세상에 대한 거부감은 생각보다 심했다. 경제전문가 선생님의 조언은 무시했고 듣고 싶지 않고 어차피 수급비 지원은 계속 될 것 아니냐며... 만날 때 느껴지는 답답함은 아이들도, 접근하는 기관도 마찬가지였지만 아이들만큼 답답할까? 하는 생각과 우리가 세상과 연결된 하나 남은 ‘끈’ 이라는 생각에 회기를 이어갔다.  

 

너무 좋아요. 희망의 꿈사다리

 


ti233a2910.jpg


 

 

학교를 자퇴한 철원이는 집에서 게임을 하며 고통스럽고 지리한 시간을 버텼지만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어느날 동생에게 약을 먹으면 잘 수 있냐며 또 ‘내가 없어도 잘 살 수 있냐?’고 말했다며 걱정된다는 이야기속에 ‘도와달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붙들어 보고 싶었다.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매만 있는 집은 청소와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원봉사센터에 연계해 정리정돈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었으나 정리하는 날이 되자 하고 싶지 않다고 거부했다. 하지만 물건을 버리지 않고 깨끗이 정리정돈만 하겠다는 조건으로 10여명의 봉사자들이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부모가 몇개월 부재한 집은 곳곳이 병들어 있었다. 봉사자들의 따뜻한 수고를 통해 정리가 되었다. 그날 저녁 아이들에게 전화가 왔다. 
“너무 좋아요 선생님, 감사해요.”
처음으로 웃으며 반응을 보였다.

 


다시 세상에 마주 선 아이

 

s3.png


 

그것도 잠시 한달 전 철원이는 “삶의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를 힘없이 내뱉었다. “야! 백만장자도 1년 동안 그렇게 있으면 삶의 의미가 없어져! 선생님이 알아 볼테니 아르바이트 하자!”  
그렇게 말하고 나서 지역 내 사업장을 수소문해 아르바이트 할 곳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전 철원이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고 만나보고 싶다는 주유소대표님의 의사를 철원이에게 전달하여 안심시키고 설득하는 작업을 거쳐 드디어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는 날이 되었다. 

 

저 멀리 무거운 몸으로 주유소로 버겁게 뛰어오는 철원이는 마치 첫걸음을 하는 아기 같은 모습이었다. 부끄럽게 써내려 갔을 이력서를 내미는 철원이는 1년 만에 무서운 속도로 변한 세상에 낯선 발을 내딛으며 출발선에 섰다. 자신을 위해 다시 용기 낸 철원이를 가슴 먹먹한 반가움으로 안아본다.